‘생존 기로’ 동네 슈퍼마켓…죽어가는 골목상권

‘생존 기로’ 동네 슈퍼마켓…죽어가는 골목상권

소비심리 위축부터 편의점 쏠림 현상에 ‘울상’

기사승인 2022-07-28 06:00:25
서울 강서구 공항동 한 슈퍼마켓. 사진=김한나 기자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물가의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골목 상권이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다. 특히 동네 슈퍼마켓은 유통시장의 급격한 변화로 빠르게 규모가 줄면서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최근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를 완화하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슈퍼마켓 업주들의 반발도 거세다. 코로나19로 골목상권의 피해가 심각한 가운데 대형마트 규제까지 완화될 경우 극심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7일 오후 찾은 서울 강서구 공항동 인근 한 슈퍼마켓. 35년째 슈퍼를 운영 중이라는 강 모씨(남·69)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까지 더해져 최근 소비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다. 

강씨는 “단골 손님들도 요즘 뜸하다.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들어 식료품 가격만 세번 올랐다. 세제만 해도 12000원에 팔던 건데 현재 1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부인과 맞벌이를 하면서 간신히 가게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인근의 몇 안되던 슈퍼마켓들도 최근 5년 사이 부쩍 문을 닫았다고 했다. 그는 “가게 임대료만 해도 140만원인데 전기세 등을 내고 나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알바를 쓸 여력이 안돼 오전 6시부터 나와서 밤 12시까지 혼자 가게를 보고 있다”고 했다. 

인근의 또 다른 슈퍼마켓 주인 이 모씨(남·64)씨도 어려운 상황은 매한가지다. 8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이씨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매출에서 큰 차이가 있는 건 맞다. 못 버티고 사라지는 슈퍼도 많다”며 “인근의 슈퍼 몇군데도 다 폐업하고 나만 남았다. 폐업한 자리에는 편의점이 연달아 입점한 상태”라고 했다. 

그는 유통시장의 흐름이 바뀌면서 소비자들의 달라진 소비패턴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했다. 또 편의점이 취급하는 품목이 다양해지면서 ‘쏠림 현상’도 심하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유통시장의 흐름 자체가 변하면서 겪는 타격이 큰 것 같다. 특히 편의점과 온라인 새벽배송 때문에 매출에 지장이 많다”면서 “원래 두부, 콩나물 등 필수 식재료는 슈퍼에서 구매를 했지만 지금은 간편하게 온라인 주문이 가능해 아무래도 슈퍼 이용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편의점보다 동네 슈퍼마켓이 가격이 훨씬 싸고 단일 품목도 많지만 요즘 젊은 층들은 편의점을 훨씬 많이 이용하는 추세”라며 “(젊은 세대가) 편리함을 추구하기도 하고 편의점 자체 브랜드(PB) 등 상품도 다양하니 쏠림 현상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서구 공항동 한 슈퍼마켓. 사진=김한나 기자
반면 동네 주변에 위치한 한 편의점 점주 박 모씨(남·60)는 코로나 특수로 인한 체감 효과는 미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씨는 “여름 들어서는 술이나 음료, 아이스크림 같은 제품들의 매출이 늘고는 있지만 올해 초와 비슷한 편”이라며 “음료 가격이 일부 오르긴 했지만 매출에 영향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처럼 원가 상승에도 소매업종별로 체감하는 유통업의 경기 변동 폭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소매유통업체 5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에 따르면 전 분기 대비 15포인트 하락한 84로 집계됐다. 업태 별로는 편의점((96→103)만이 유일하게 기준치(100)를 상회했다.

슈퍼마켓(99→51)은 지난 분기 대비 48포인트 하락하며 가장 낮은 전망치를 기록했다. 대면 소비로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와 편의점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수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금리와 물가가 뛰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어 당분간 소비심리 위축이 불가피하다”면서 “경기 변동에 따른 소비패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가격·상품 경쟁력 확보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소상공인이 매출 상승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도입한 2012년부터 2019년 사이 소상공인의 매출과 시장점유율은 각각 6.1%, 1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항동 슈퍼마켓 주인 이 모씨(남·64)는 “안그래도 손님이 뜸하고 매출이 줄고 있어 고사 위기에 처했는데 골목 상권을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의무 휴업까지 폐지한다는 건 소상공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처사나 다름없다”고 호소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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