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신축 아파트 천장에서 인분이 든 비닐봉지가 발견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인분이 담긴 비닐봉지는 해당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인부들이 숨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두고 건설 현장의 열악한 위생 환경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일부 건설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선 “환경이 열악하다고 해서 모두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아니다”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건설 현장에서 20년 넘게 일하고 있는 박형빈(60) 씨는 쿠키뉴스를 통해 “아파트 건설 현장에 화장실은 1층에 있다. 고층에서 일하고 있다가 볼일 보러 1층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쉽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볼일이 급한 경우는 하는 수 없이 현장 내부에서 해결하는 경우도 있지만 알아서 치우고 (현장마다 다르지만) 청소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층마다 화장실을 둘 수 없는지 묻자 박 씨는 “대부분 건설 현장에는 ‘거품형 포세식’ 화장실을 두는데 컨테이너 크기로 사실상 각 층마다 올리긴 어려울 것 같다. 크기가 작은 이동형 간이 화장실을 각 층마다 둔다고 하더라도 분뇨 수거 때마다 어떻게 처리할 지 상상이 안된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본다”라고 했다.
실내 건축업자인 김은성(61) 씨는 “공사 중인 현장에 화장실이 없거나 멀리 있는 경우가 많은데다 어둡고 사람도 별로 없어 현장 내부에서 볼일을 보는 건 흔히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현장에 쓰레기통이 있어 (볼일을 봤더라도) 처리할 수 있다”며 “천장 공사를 할 때 보면 (다른 인부가) 몰래 쓰레기를 숨겨둔 경우가 많다. 치우기 귀찮으니 넣어두는 것 아니겠나. (인분 논란도) 비슷하다고 본다”고 했다.
온라인에선 일부 근로자의 몰지각한 행태가 입주민들에 피해를 줬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관련 뉴스 댓글과 SNS, 커뮤니티 등에는 “몇몇 부도덕한 사람들 때문에 현장 근로자들이 욕 먹는다(mm1***)” “환경이 열악한 건 알겠지만 (인분 봉지를) 치우지 않는 건 무슨 경우인가(bin***)” “공사하면서 작업자들 화장실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업체의 무관심도 문제지만 인분 봉지를 새 아파트 천장에 넣고 시공한 짓은 절대로 용서되는 일이 아니다(ysc***)” 등의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건설업계도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현장 노동자들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원인이 건설현장에 편의시설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데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현장 관리자 A씨는 “현장 근로자 입장에서 작업 환경이 열악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넉넉히 늘리면 좋겠지만 상황마다 사용 인원이 달라 무작정 늘리기는 힘들다. 공동 사용인 만큼 내 집처럼 사용하는 사람도 많지 않아 청소·관리의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청소를 해도 금세 지저분해져 (일부 근로자들이) 밖에서 볼일을 보는 경우가 생겨 고민”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가 지난 6월23일부터 7월8일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건설 현장 23곳을 조사한 결과, 현장당 평균 172명의 노동자가 투입되는 데 반해 화장실은 평균 2.5개에 불과했다. 10곳 중 3곳만 시설이 양호한 편이고 나머지는 위생 상태가 불량했으며, 대부분 현장 진출입구에 있다고도 전했다.
건설노조는 건설 노동자들의 취약한 작업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건설현장 아파트 1개 동마다 휴게실·탈의실·샤워실 1개씩과, 1개 층마다 화장실 설치”를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