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미루, 그의 ‘시그널’에 응답하다

가수 미루, 그의 ‘시그널’에 응답하다

기사승인 2022-08-03 06:00:11
가수 미루
“엄마 뱃속에서부터 알앤비(R&B)를 들었어요”

지난달 7월2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만난 가수 미루(meeruu). 언제부터 음악을 듣기 시작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모태 알앤비 가수로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미루는 지난해 10월 싱글 앨범 ‘온 어 선데이’(ON A SUNDAY)를 통해 힙합계에 모습을 드러낸 신예 R&B 가수다. Mnet ‘쇼미더머니’ 시즌 6, 7에 출연한 래퍼 로스(LOS)의 정규 1집에 참여해 주목받았다.

지난달 12일, 미루는 첫 EP 앨범 ‘시그널’(Signal)을 발매했다. 어두웠던 과거를 담담히 풀어내는 아티스트의 자전적 서사가 돋보인다는 평이다. 여기에 래퍼 이케이(EK)의 ‘갓 갓 갓’(GOD GOD GOD) 작곡 및 편곡을 맡은 영 배스(YOUNG VA$$), ‘브레이크 브레드’(BREAK BREAD) 프로듀서 유지피(UGP) 등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미루의 음악을 만든 건 8할이 가족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엄마, 기타를 잘 치는 아빠, 가수로 활동했던 할아버지, 키우던 강아지까지. 가족이 지금의 미루를 있게 했다. “제 음악은 가족 영향이 커요. 우선 제 예명 미루는 본가에서 키우던 강아지의 이름에서 따왔어요. 안타깝게도 2년 전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애착이 많았던 아이라 예명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외할아버지는 가수로 활동하셨고, 아빠는 기타를 잘 쳐요. 외가 쪽에는 아이돌로 활동하는 사촌이 있죠. 특히 알앤비 음악을 시작하게 된 건 엄마의 영향이 커요. 엄마가 저를 가졌을 때부터 팝, 록, 알앤비 등을 태교 음악으로 들었대요. 날 때부터 저는 음악, 특히 알앤비에 둘러싸여 있었던 거죠”

가수 미루
첫 앨범 시그널은 미루의 시간을 요약한 자서전이다. 즐거운 기억보다, 힘든 기억이 그의 성장을 도왔다. 어린 시절 경험했던 슬픔이 말을 걸어오면, 음악의 재료로 삼는다. “남들보다 조금 어두운 유년 시절을 보냈어요. 그래서인지, 저는 어른이 되어서도 과거에 계속 붙잡혀 있었죠. 과거의 고통이 마치 ‘나를 잊고 행복해지지 말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듯이요. 그러다 머릿속 가족의 기억이 제게 어떤 의미인지, 또 앞으로 어떻게 극복하고 나아갈 것인지 일기처럼 써 내려가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 이유에선지 미루 앨범에는 가족 이야기가 많다. “첫 트랙은 ‘가방’이라는 곡이에요. ‘그녀의 가방 안에는 어떤 물건들이 있을까’라는 가사로 시작해요. 엄마 얘기예요. 초등학생 때 부모님이 크게 싸우고 엄마가 짐을 싸서 집을 떠났어요. 물건들이 널브러진 방에 나를 두고 가방을 챙겨 떠나는 엄마를 보며 어린 마음에 ‘왜 나는 데리고 가지 않을까. 저 가방 속에는 뭐가 들어 있을까’라는 생각했어요. 돌이켜보면 제 인생에 처음 마주한 힘든 순간이었어요”

“마지막 곡 ‘어젯밤에’는 후회와 미안함에 대한 이야기예요. 어린 시절 아빠가 강아지를 바구니에 담아 엄마에게 선물하듯 건넨 기억이 있었어요. 이 장면이 동요 ‘아빠와 크레파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해 도입부에 같은 멜로디를 차용했죠. 사실 엄마는 아빠가 데리고 온 강아지를 미워했어요. 그땐 왜 저럴까 싶었죠. 어리니까 부모님이 자세한 사정을 이야기해 주지 않았지만, 저 역시도 부모님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관심이 없었어요. 엄마가 힘들어하고 울 때, ‘나는 몰라도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그때의 무심함을 후회한다는 내용이에요”

가수 미루
음악을 통해 미루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공감과 위로다.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노래를 들으며 ‘한바탕 울고 털어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릴 때부터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란 사람, 반려견을 떠나보낸 사람,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들으면서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앨범은 일기인 동시에,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예요”

미루의 목표는 친근하고 편한 아티스트다. 자기 모습 그대로 대중과 소통하겠다는 얘기다. “사람 냄새가 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과하게 꾸며 다른 사람인 척하는 걸 싫어하거든요. 지금보다 유명해져도 길거리에서 하이파이브하고, 사진 찍으며 대중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초면에 술 마시러 갈 수도 있고요. 제 음악을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들으면 좋겠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듣는 음악을 추구한다고, 그의 열정까지 가벼운 건 아니다. 미루는 새로운 사운드를 위해 알앤비, 웨스트 코스트, 랩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있다. “8월 중순에 제가 속한 레이블 아트 체인 스토어에서 컴필레이션 앨범이 나오는데요. 저도 참여했어요. 아트 체인 스토어는 영 배스, 도베르만 등 앨범 작업에 도움을 준 사람들이 속해 있는 크루예요. 제 앨범 시그널은 조금 우울한 색깔이지만, 이번에 나오는 컴필레이션은 통통 튀고, 끈적이고, 신나는 웨스트 코스트 사운드가 들어가 있어요. 다음 앨범 역시 이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알앤비 외에도 랩 요소를 많이 넣어서 새로움을 주는 음악을 만들 계획입니다”

조수근 쿠키청년기자 sidekickroot@gmail.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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