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바뀌면 금리가 오르는 금리인상기입니다. 큰 대출이 없는 금융소비자들이라면 별 타격이 없겠지만, 집을 구매하기 위해, 투자를 위해 ‘영끌’을 한 차주들이라면 하루하루가 힘겨운 나날입니다.
그런 금융소비자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 있죠. 지난 2019년부터 시행된 ‘금리인하요구권’ 말입니다. 금리인하요구권이란 대출 차주의 개인 신용정보의 개선이 있을 경우 ‘합리적 근거’를 토대로 지금 받고 있는 대출의 금리를 낮춰주는 것을 말하죠. 금융사에서는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요건으로 ▲소득 증가 ▲신용도 상승 ▲기타 본인의 신용도가 상승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 총 3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리인하요구권이 우리를 배신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금융사들이 우리를 배신하고 있는 것이죠. 왜 그런가 하면, 금리인하요구권을 승인해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이 접수한 금리 인하 요구는 총 88만2047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수용된 건 23만4652건(26.6%)에 불과했죠.
금리인하요구권 실행 건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2018년에는 32.6%였지만 2019년에는 32.8%로 줄었고, 2020년은 28.2%로 내려갔죠.
업체별로 보면 극명하게 나뉩니다. 시중은행 중에선 NH농협은행 수용률이 95.6%로 가장 높았습니다. 유일하게 요청한 대부분의 금리인하요구권을 수용해준 곳이죠. 이어 우리은행(63%), 하나은행(58.5%), KB국민은행(38.8%), 신한은행(33.3%)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방은행은 전북은행(40.2%), 대구은행(38.9%), 제주은행(36.7%), 부산은행(24.8%), 경남은행(23.1%), 광주은행(22.7%) 순입니다. 인터넷은행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카카오뱅크는 25.7%, 케이뱅크는 12%로 집계됐습니다.
이외에도 저축은행 주요 10개사의 지난해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63.5%로 비교적 높았습니다. OK저축은행이 95.7%로 가장 높았으며 상상인저축은행이 5%로 최저로 나타났죠. 카드사 수용률은 50.6%로 우리카드(77.5%)가 가장 높고 삼성카드(36.8%)가 가장 낮았습니다.
이처럼 금리인하요구권의 수용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놀랍게도 금융사 빼고는 ‘알 수가 없다’가 정답입니다. 그 이유는 대출 시 적용되는 금리 수준은 소득, 자산, 부채 변동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신용평가모델(CSS)가 적용되는데 이 기준이 금융사별로 각각 달라서 거절 이유를 밝힐 시 경영 기밀이 밝혀지기 때문입니다.
나름 일리가 있는 이유지만, 명백히 신용등급도 오르고, 월급도 상승한 차주들이 거절당한 뒤 “내부 신용평가 결과가 금리인하로 이어질 만큼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허탈함을 보면 합당하다 보기 힘들 듯 합니다.
결국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나섰습니다. 먼저 금융당국은 8월부터 금리인하요구권 관련 운영 실적을 비교 공시하도록 했습니다. 관련 심사 기준 역시 금융사 내규에 명확하게 반영되도록 변경했죠. 만약 수용되지 않았을 때는 신청인이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문구에 따라 안내하도록 조치하는 것도 추가했습니다.
또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금리인하요구권 안내를 강화한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해당 개정안은 은행이 신용점수가 상승한 차주에게 금리인하요구권을 안내하고, 수용되지 않을 경우에는 사유를 알리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