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사망한 이유는 지주막하출혈 때문이다. 그런데 간호사가 살 수 있었는데, 최선의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는지에 대해서는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면 누구도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4일 최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의 근무 중 뇌출혈로 인한 사망 논란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설명했다.
노환규 전 회장은 “다만 확실한 것은 △지주막하출혈은 매우 위험한 질환이다 △중재술(coiling)을 시도한 의사는 최선을 다했다 △중재술에 실패한 후 clipping(클리핑)이 가능한 의사가 있는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한 것도 환자를 위한 최선의 일부였을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에 클리핑이 가능한 의사는 2명이 있었고, 간호사가 쓰러졌을 당시 2명 모두 부재상태였으며 그들의 부재 이유는 합당한 이유였다”고 밝혔다.
노 전 회장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중 뇌출혈이 발생하였는데,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하던 중 coiling(코일링)을 시도했다가 실패하자 clipping(클리핑)이 필요했는데, clipping을 할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했으나 심정지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간호사가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근무 중 쓰러졌는데 수술을 받지 못하고 안타깝게 사망하게 되자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던졌다”며 “코일링이 뭔지, 클리핑이 뭔지, 간호사는 왜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지 알아보자”고 간호사 사망 논란의 근본적 문제에 대해 설명했다.
노 전 회장은 “코일링은 뇌혈관으로 관을 집어넣어 관을 통해 (터졌거나 터지지 않은) 동맥류에 코일을 넣어 터짐을 예방하거나 출혈을 멈추는 치료법으로 혈관을 통해 치료하므로 ‘시술적 치료법’이다. 클리핑은 (터졌거나 터지지 않은) 동맥류의 목 부위를 클립으로 잡아 터짐을 예방하거나 출혈을 멈추는 치료법으로 머리를 열어 수술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적 치료’이고 ‘개두술’에 포함된다(아래 그림 참조)”고 친절히 설명했다.
‘클리핑을 하는 의사가 왜 적은 거에요?’라는 질문에 대해 노 전 회장은 “서울아산병원에는 클리핑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2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한 분은 해외학회 참석 중이고, 또 한 분은 지방출장 또는 휴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이 ‘왜 서울아산병원처럼 큰 병원에 클리핑이 가능한 의사가 2명밖에 없나요?’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와 관련해서 신경외과 페친 한 분이 글을 하나 쓰셨는데, 그 내용이 주옥같아서 원문을 그대로 옮기고 싶지만, ‘친구공개’로 쓰셨기에 원문을 축약해서 옮기면 이렇다”며 다음과 같은 글을 게재했다.
1) 2000년대 초 이전까지는 클리핑이 대세였다. 그런데 2000년대 초 코일링이 등장하더니 불과 몇 년 만에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 이전에는 클리핑을 하는 의사들은 ‘신적 존재’였고, 그분들께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십 수 년을 바치는 이들도 있었는데, 코일링이 대세로 자리 잡게 되자 새로 시작하는 신규의사들은 대부분 코일링으로 가게 되고, 클리핑을 하는 의사들은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2) 20여년 전 나의 지역전문의 동기 11명만 해도, 9명이 척추분야로 진출했고 1명은 뇌종양 분야로 진출했다. 11명 중 뇌혈관분야로 진출한 의사는 나 혼자였는데, 나도 3년 만에 포기했다. 포기한 이유는 ‘암울한 미래가 뻔히 보이는데다가 코일링이 대세가 되어가는 상황에서 어중간한 위치의 절름발이 의사가 될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그만두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있었는데, (이것은 원문을 그대로 옮김) ‘소뇌출혈로 semicoma로 온 환자, 밤새 개두술 감압술을 한 후..microscope 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드는데 뒤통수가 터져나가는 느낌에 수술의자에서 뒤로 넘어질 뻔 했다. 당시 그 병원의 수술방엔 특이하게도 작은 창이 하나 있었는데.. 여명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바로 다음날 사표를 던졌다. 이건 뭔지 모르겠지만 아닌 것 같았다. 그날이 월요일 새벽이었는데 주말 당직이라 토/일을 콜을 받았는데 뇌동맥류 파열 4개 두부외상 1개 그리고 일요일 밤이 되어 집에 옷이나 갈아 입으려 가려는데 소뇌출혈이 응급실로 밀어닥쳤다. 당시는 뇌동맥류파열 개두술이면 4~5시간, 외상 2~3시간 소뇌출혈 3~4시간씩 걸렸다. 토요일 오전 외래 마치고 결국 집에 가지 못하고 월요일을 맞이해야했다. 지금 그렇게 하면 내가 뇌출혈로 수술 받을
것 같다.’
노 전 회장은 “클리핑을 하는 의사가 적은 이유는, 그리고 서울아산병원에 수많은 신경외과 의사들 중 클리핑을 하는 의사가 둘밖에 없는 이유는, 1) 대세가 coiling으로 옮겨가서 clipping에 대한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2) 큰 위험부담을 지고 일하는 의사들에게 열악한 조건(과도한 노동)과 그에 걸맞지 않은 대우가 주어지기 때문에 지원자들이 없기 때문이다.(여기서 잠깐... 머리를 열고 피바다 속에서 터진 동맥류를 찾아 그 목을 클립으로 성공적으로 잡는 숙련된 신경외과 의사가 되려면 그 기간은 대체 몇 년이 걸릴까?)”라고 설명했다.
그럼 ‘간호사는 왜 사망했나?’라는 문제에 대해 노 전 회장은 ‘치명적인 지주막하출혈’이라며 “지주막하출혈(SAH)을 일으키는 뇌동맥류는 파열 전에 진단해 미리 치료를 받아야 이번 사건처럼 생명을 잃는 위험을 막을 수 있다. 일단 터진 후라면, 코일링이나 클리핑으로 치료를 하지만 매우 위험하다. (배우 강수연도 SAH(지주막하 출혈 Subarachnoid hemorrhage)였는데, 수술도 못해보고 사망했다. 클리핑 수술도 뇌압이 떨어지는 등 수술을 할 여건이 되어야 가능하다) 성공적으로 코일링 시술이나 클리핑 수술을 받은 환자들도 1개월 내 사망률은 약 20%에 이른다”고
성명했다.
또 ‘코일링의 실패’에 대해서는 “터지지 않은 동맥류를 코일링으로 막는 것과 터진 동맥류를 코일링으로 막는 것은 크게 다른 일이다. 이것은 머리를 열어 수술을 해야 하는 클리핑의 경우 더욱 차이가 크다”며 ‘클리핑의 기회상실에 대해’ “코일링이 실패했다면 마지막 남은 방법은 머리를 열고 수술하는 클리핑이 되겠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페친 신경외과의사가 다음과 같은 코멘트를 남기셨다”며 다음과 같이 신경외과의사 코멘트를 소개했다.
“뇌동맥류 파열로 1차로 코일링 접근을 시도했지만 뇌압이 너무 높아 조영제를 동맥을 통해 올릴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 정도면 뇌동맥류에 의한 뇌출혈 환자 중에 수술불가 환자다. 대개 48시간 내 사망한다. 왜 개두술(clipping)을 해서 살릴 수 없냐고? 뇌압이 너무 높으면 머리뼈를 여는 순간 뇌실질이 다 흘러나와버린다. 아무 의미 없는 수술이 된다. 그래서 열 것인가 말 것인가도 중요한 판단 중 하나인 것 아닌가? 예전엔 1/3룰이 있었다. 뇌동맥류파열에 대해.. 1/3 즉사, 1/3 수술해도 식물상태 ..좀 극단적으로. 1/3 수술 가능 생존, 재파열 : 90% 사망..이것도 좀 극단적이지만... 아무래도 이번 건은 위의 첫 번째나 두 번째에 해당되는 환자인 것 같다. 출혈량도 많았고 재출혈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산에서 치료 하면서 코일링 수술이 여의치 않고 뇌압은 계속 상승해서 급기야 뇌조영술 자체가 힘든 상황까지 갔고.. 보호자 면담 후에 결국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최후의 수단을 찾아 서울대에 갔지만 거기서도 뇌압조절에 실패해 개두술은 커녕 헤르니아가 형성 되면서 신장 정지가 온 것 같다.”
앞서 지난달 24일 서울아산병원의 30대 간호사가 근무 중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다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내부에 수술 가능한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옮겨갔다 결국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