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의 주력 사업이 ‘디지털 헬스케어’로 전환하는 추세다. 금융업계가 질병에 대한 보장이 아닌 예방적 차원에서 새로운 콘텐츠 발굴에 나서고 있다.
4일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에서 열린 산업 세션에서는 보험계·산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디지털 의료 분야를 접목한 보험 시장의 변화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향후 몇 년 동안 의료 생태계 내에서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보험사는 비즈니스 도전에 직면 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국내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대유행 과정에서 보험사들의 보장 부담이 점점 더 커짐에 따라 새로운 대책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보험 산업의 생존을 위한 블루오션으로 부상했다. 원격의료, 웨어러블 의료기기, 건강관리 플랫폼, 디지털 치료제 등을 통해 질병 발생 및 악화 이전 사람들의 건강을 ‘예방’할 수 있는 루트를 마련하기 시작한 것이다.
임현진 삼성생명보험 상무는 “최근 다양한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생명만 하더라도 벤처캐피탈을 통해 다양한 원격의료 업체에 투자,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 4월에는 건강 관리 서비스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하기도 했다”며 “질병, 사망에 따른 금전적 보험 비즈니스에 이어 사전에 질병을 예방하고 사후 경제적 보상과 질환에 대한 관리까지 확장하는 비즈니스로 전환해 가고 있다.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를 키워 경쟁력을 얻고자 함이다”라고 설명했다.
정태석 한화생명 신사업부 팀장은 “생명보험은 한 국민의 삶 전반에 걸쳐 주기별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높아졌고, 보험사도 건강에 대한 공포가 아닌 희망을 파는 이미지로 탈바꿈하고자 한다”며 “식생활, 신체, 정신 등 전반적인 서비스를 다루기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가 안성맞춤이었고, 꾸준히 서비스를 준비중에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디지털헬스케어를 접목한 서비스는 아직까지는 걸음마 단계로, 활성화를 위해선 해결해야할 몇 가지 장벽들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특히 산업계는 보험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에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기했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현재 보험사에서 진행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마케팅은 건강한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라, 애초 건강한 사람을 선별하는 것에 그친다. 기기나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맞춤형’ 자체의 보험 아이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안마의자에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면 사용자가 주로 어느 기능을 원하는지를 분석해 어느 부분이 불편한지를 알 수 있다. 보험사는 해당 데이터를 통해 환자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약, 디지털 치료제 개념도 맞춤형에서 나왔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강 대표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안전성, 효능성에 대해 의구심이 있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 입증 결과에 따라 활용 가능성에 대한 옥석을 가릴 수 있을 것”이라며 “심사평가원이나 건강보험공단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개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아인 DC메디컬 신사업팀 매니저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은 보험사의 투자나 협력을 굉장히 반기고 있다. 현재 규제 상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만큼 보험사와의 협력으로 가격이나 효능성 면에서 투명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디지털 분야를 비신뢰 시장에서 신뢰 시장으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며 “건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데 스타트업이 일조한다면, 마중물이 돼주고 지원해줄 수 있는 게 보험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홍중 생명보험협회 전략기획본부장은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는 핵심사업이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다. 보험사의 헬스케어 분야 진입 및 투자는 산업계와의 데이터 교류, 사업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협회 차원에서 보험사와 산업계가 건전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제도 기반을 마련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