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침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중부지방에는 오는 11일까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돼 추가적인 비 피해가 우려된다.
9일 경기도 안양시 충훈1교에서 만난 주민 A씨는 “며칠 비가 더 온다는데 큰일”이라며 불어난 안양천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전날부터 내린 비로 강물이 거세게 흐르고 커다란 나무가 휘어져 물길을 따라 움직였다. 체육 기구 등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물 위로 솟은 농구 골대만이 이곳이 공원이었음을 나타냈다.
안양천 인근 아파트 주민 B씨는 “밤새 비가 내려 지하 주차장이 침수되지 않을지 걱정했다”며 “이번 주 비가 계속된다는데 침수 피해를 입지 않을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일 서울 등 수도권에 최대 400mm에 가까운 물 폭탄을 쏟아낸 정체전선은 이날 경기 남부로 이동한 상태다. 이에 따라 가장 많은 비가 예고된 지역은 경기 남부와 강원 중남부, 충청 북부다. 기상청에 따르면 9~10일 서울에 최고 300mm, 경기 남부에는 최고 350mm 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록적인 폭우로 도심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전날부터 내린 비로 이날 오전 11시 기준 서울과 경기에서 8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 9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례적 폭우에 침수차량도 속출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주요 4개 손보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 피해 건수는 2311건이다.
경기도 광명에 사는 김모씨(38)는 “전날 밤 폭우로 차가 침수됐다”며 “이 지역에 살면서 물이 이렇게 차오르는 건 처음 봤다”고 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전날 밤 물에 잠겼던 차들이 도로변 곳곳에 방치돼 있는 사진과 영상들이 올라왔다. 하천이 범람하거나 하수구가 역류하면서 쓰레기들이 넘쳐난 거리의 모습도 담겼다.
도로 상황도 여전히 좋지 않다.
서울시 교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서울 도시고속도로 가운데 반포대로 잠수교와 올림픽대로 여의하류∼여의상류 2곳은 양방향 통행이 통제됐다.
시내 도로는 양재대로 양재교 하부도로, 개화나들목 개화육갑문, 노들로 여의상류∼한강대교 등 7개 구간의 양방향 통행이 통제되고 있다.
침수 피해를 입었던 서울 지하철 9호선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전 구간 정상 운행을 시작했다. 동작역은 침수된 자동출개찰시스템 수리와 청소 등을 위해 무정차 통과한 뒤 이날 중 운영을 재개할 예정이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