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인줄 알았는데… ‘중개보조원’ 사기 피해 속출

공인중개사인줄 알았는데… ‘중개보조원’ 사기 피해 속출

기사승인 2022-08-13 06:00:13
공인중개사무소.   사진=박효상 기자

#A씨는 지난해 관악구에서 2억원에 달하는 전셋집을 계약했다. 모든 과정은 공인중개사무소를 통해 진행했다. 그러나 최근 A씨가 계약한 전셋집이 이른바 ‘깡통전세’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세금 전부를 돌려받지 못할 위기해 처했다. 계약과정에서 전세 건물이 위반건축물이라는 사실을 전달받지 못했고 선순위 임차보증금 규모도 실제보다 축소된 허위정보를 전달받았다. 알고보니 A씨가 공인중개사라고 믿었던 사람은 중개권한이 없는 중개보조원이었다. 

계약서 작성 등 공인중개사 업무를 대행할 수 없는 중개보조원의 불법중개로 인한 사고피해가 늘고 있다. 중개보조원을 포함한 무등록중개업자의 중개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방법이 마땅치 않아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중개보조원은 공인중개사를 보조하는 사람으로 고객을 매물 현장을 안내하는 등 공인중개사 업무 보조 역할을 한다. 별다른 자격증이 없어도 4시간 교육만 이수하면 보조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전문 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계약서 설명하거나 작성하는 행위 등을 할 수 없다. 만약 중개보조원이 직접 물건을 중개하거나 공인중개사를 사칭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최근 중개사고 3건 중 2건은 중개보조원에 의한 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43건이다. 이중 중개보조원 사고건수는 29건으로 전체 67.5%를 차지했다. 전체 부동산 중개사고 가운데 중개 보조원에 의한 사고 건수는 △2017년 49건 중 30건(61.2%) △2018년 35건 중 20건(57.1%) △2019년 51건 중 32건(62.7%) △2020년 43건 중 29건(67.5%) 등을 기록했다. 

서울시가 지난 6~7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중개보조원의 부동산 중개행위를 조사한 결과 불법의심행위는 총 7건이 적발됐다. 공인중개사 사칭 의심 행위 2건과 중개대상물 표시광고 위반 의심 행위 5건 등이다. 시는 후속 수사를 통해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면 검찰송치 등을 조처할 계획이다. 

최근 깡통전세 피해가 나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깡통전세로 전세보증금 20억여원을 챙긴 중개보조원이 재판에 넘겨진 사례도 나타났다. 지난 1일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4부(부장검사 김일권)는 사기 등 혐의로 공인중개 보조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된 중개보조원인 임차인 17명을 상대로 20억5000만원 상당의 전세보증금 등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도 타 중개보조원으로부터 깡통전세 사기를 당한 피해 사례자다. 지난 10일 민달팽이유니온이 주최한 ‘보증금 먹튀 국회 토론회’에서 A씨는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믿을 구석이라고는 공인중개사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공인중개사는 중개보조원이었고 여러 가지 거짓말을 했었다”며 “알고보니 나는 ‘경매에 넘어갈 수 있음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적힌 확인서에 서명을 한 상태였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털어놨다. 

이에 불법 중개인의 중개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분양대행업, 중개업, 임대업 자격에 관한 의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또 미분양 분양대행업, 불법 중개업 등과 관련한 단속과 처벌규정을 강화해 세입자의 권리를 지키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인중개사협회에서도 중개시장 신뢰회복을 위해 근절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협회는 “일회성 무등록 중개 행위 처벌 규정 신설은 물론 공인중개사 사칭 행위 단속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에 일임된 지도·단속권한을 공인중개사 협회에 옮기는 방안도 제시했다. 협회는 “지도·단속 권한을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가장 먼저 파악하는 부동산 중개 시장 전문기관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로 이관하는 방안을 정부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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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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