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만성질환·재진’ 원칙, 비대면 진료 망칠라 [2022 미래의학포럼]

‘의원·만성질환·재진’ 원칙, 비대면 진료 망칠라 [2022 미래의학포럼]

기사승인 2022-08-25 11:26:17
박상철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루나미엘레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2국민일보·쿠키뉴스 미래의학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 하기 위한 법률 과제가 산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의료법 △약사법 △진료 수가 개선 등을 중요한 선결과제로 지목하고 있다. 의원급 1차 의료기관, 재진, 일부 질환만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제한적으로 도입한다는 방침도 재고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국민일보와 쿠키뉴스가 주관하는 2022년 미래의학포럼이 개최됐다. 포럼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의학계, 산업계, 법조계, 시민사회계 전문가들과 정부 관계부처가 참여해 의견을 공유했다.

현재 비대면 진료는 엄밀히 따지면 위법 행위다. 의료법 제33조 제1항은 의료인은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해야 한다며 대면진료 원칙을 명시했다. 대법원 역시 해당 조항은 비대면 진료를 금지하는 취지라고 해석하고 있다. 동법 제34조가 의료인의 원격 자문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의료인 간 비대면 소통이 가능하다는 의미일뿐, 의료인과 환자가 비대면으로 진료를 실시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약사법 역시 비대면 진료와 대치된다. 약사법 제50조 제1항은 약사가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또한 약사법 제20조 제1항은 약사와 한약사 이외에는 누구도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즉, 인터넷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의약품을 판매하고 배송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 2월24일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공고를 내고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같은해 12월에는 감염병예방법 제49조의 3에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 이상일 때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의약품 역시 의사가 약국에 처방전을 전송하면, 약사가 환자와 협의해 의약품을 타인이 대리수령하거나, 배송 업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비대면 진료가 정식으로 허용된 전례가 없었던 만큼, 질적 관리 방안과 합리적 보상 체계도 부재했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급여 청구를 한시적으로 허용해, 외래환자 진찰료 산정시 전화상담으로 기재할 수 있도록 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진찰료의 30%를 전화상담 관리료로 별도로 산정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를 제도권 내 편입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집계된 비대면 진료는 360만건에 달한다. 한시적인 허용에 근거한 불안정안 제도에 그친다면, 주먹구구식 운영에 따른 의료사고나 편법 행위를 막기 어렵다.

박상철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료법을 개정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것이 첫 단계”라며 “현재 국회에는 2건의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인데, 법안의 처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의약품 온라인 판매 및 배송을 허용하고 의약품 분류체계를 개편해 허용 품목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며 “수가 역시 현재 행위별 수가제 체제 하에서 외래 수가 대비 할증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정부 방침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보건복지부는 비대면 진료를 의원급 1차 의료기관 중심으로 도입하고, 감염병이나 만성질환 등으로 한정해 실시한다는 구상을 유지하고 있다. 초진은 반드시 대면 진료를 실시한다는 원칙도 고수했다. 

박 교수는 “비대면 진료를 의원급에 한정해 허용하면, 의료전문가가 아닌 대형 플랫폼들이 의료시장을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 대상 질환을 법으로 한정하는 것 역시, 의사들로 하여금 형사처벌에 대한 부담을 느끼게 해 사실상 비대면 진료를 금지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요자의 편의를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표했다. 박 교수는 “초진은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한다는 정책 기조는 직장인이나 의료 사각지대 거주자 등 비대면 진료를 가장 필요로 하는 인구가 정작 비대면 진료의 혜택을 누리기 어렵게 만든다”며 “실질적으로 환자들이 활용하기 용이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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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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