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국민적 공분을 산 미성년자 대상 불법 성착취 영상물 범죄, 이른바 ‘n번방’과 유사한 형태의 범죄가 또다시 등장했다.
3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A씨를 수사 중이다.
경찰은 A씨가 미성년자를 협박해 성 착취 동영상을 강제로 찍게 만들고 이를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 등에 유포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과거 n번방을 취재했던 ‘추적단 불꽃’ 활동가 원은지씨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 수만 6명이다.
원씨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피해자는) 대부분 아동청소년으로 보였고 10대로 추정하고 있다. 10대 초반, 중학생 미만도 있는 것처럼 보였다”며 “엘(가칭)은 자기는 다 아동청소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씨에 따르면 피해자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동도 포함됐다.
원씨에게 처음 피해를 제보한 피해자는 14살의 중학생으로, 엘이 ‘추적단 불꽃’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접근했다고 한다. SNS를 통해 수집한 피해자의 개인정보 등을 이용해 ‘사생활과 개인정보’들이 퍼지고 있다는 식으로 메시지를 보내 피해자를 텔레그램 대화방으로 유인했다.
그는 “(피해자들은) 유출된 정보가 음란한 건 아니지만 부모님께 알리기 두려워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원씨에 따르면 엘은 1분에 80개에 달하는 폭탄 메시지를 쏟아내며 피해자를 압박했다. 밤 9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피해자를 괴롭히고 부모와 있는 시간대나 학교·학원에 있을 때도 전화를 걸기도 했다. 또한 “네가 죽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네가 죽어도 나는 상관없다. 성 착취물이 있기 때문”이라고 피해자를 협박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엘은 유명세를 타며 본인의 닉네임이 알려지자 추적을 피하고자 다수의 이름을 쓰기도 했다.
원씨에 따르면 엘은 “안 잡힌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원씨는 “자기는 이제 더 철저하게 닉네임도 주기적으로 세탁하니까 본인은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며 “공권력의 수사라든지 아니면 본인을 감시하고 있는 그런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든지 이런 모습을 좀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엘이 지난해 왕성하게 활동했을 당시 5000명 이상이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 생태계에서 활동을 했다”며 “n번방 때처럼 수사가 더 강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같은 사건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분노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모씨(38)는 “이런 미성년자 성착취 사건은 없어지지도 않고 징글징글하다”며 “아이들에 핸드폰을 주지 않을 수도 없고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주부 백모씨(39)도 “n번방 구매자들도 강력하게 처벌하지 않아 이런 성착취 범죄가 또 발생한 것 아니냐”며 “n번방 이후로 뭐가 달라진 건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와 관련 뉴스 댓글에도 “주동자는 물론 구매자들도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n번방 처벌한지 얼마나 됐다고 법이 얼마나 우스웠으면” “관련자들을 강력 처벌하라” 등 누리꾼 반응이 쏟아졌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