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깜깜히 소송’ 논란 재점화...“모피아 감싸기?”

론스타 ‘깜깜히 소송’ 논란 재점화...“모피아 감싸기?”

"판결문 비공개는 책임소재 흐리는 것"
VS "비밀유지의무에 따라 공개 불가"

기사승인 2022-09-02 06:00:06
연합뉴스
론스타發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 절차’(ISDS)를 두고 정부가 ‘깜깜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3000억원 규모의 ‘혈세’ 투입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정부가 진상규명을 위한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소송 비밀보장 원칙에 따라 정보공개가 불가하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모피아’(재정·금융 관료+마피아) 감싸기에 나선 것 아닌지 의혹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지난달 31일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억 1650만 달러(환율 1달러 1300원 기준 2800억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는 론스타가 청구한 46억 8000만 달러(약 6조1000억원)의 약 4.6%다. 정부는 중재판정부의 결정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검토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판정 취소 소송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 취소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인 이상훈 변호사는 전날 “법무부 같은 경우에 중재판정 취소 신청을 한다 하지만 승소율은 대략적으로 14%에 이르는 굉장히 어려운 소송에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혈세 투입 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 사건의 책임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 처음부터 국내은행 인수 및 매각 자격이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 론스타가 당국의 매각 승인 지연을 배상 원인으로 주장하는 만큼 정부가 소송 과정에서 론스타에 애초 인수 및 매각 자격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면 배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를 강조하지 못 한 것은 국내은행 인수자격이 없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눈감아 준 모피아를 보호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특히 중재판정문 등 소송 과정을 모두 비공개 처리한 것은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일각에서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할 당시 금융위 고위직이 현 정부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점도 정보 공개의 걸림돌로 보고 있다. 추경호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은 현재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당시 사무처장은 현재 금융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때 론스타 법률대리였던 김앤장의 고문이었다.

정무위원회 민병덕(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정부는 론스타 외환은행 소송에서 사실상 패했다”며 “패소 원인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및 매각 당시 국내법을 명백히 위반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주장하지 못해서”라고 평가했다. 이어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론스타는 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산업자본이기 때문이다”라며 “론스타의 불법 인수 및 매각을 도왔던 공범이라고 할 수 있는 전․현직 경제관료 모피아들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정무위 배진교(정의당) 의원은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론스타에게 부과한 조세부문 등에 쟁점은 문제가 없다고 나왔다. 손해배상액이 모두 금융감독, 금융부문과 연관되어있고 그 책임 비율이 50%에 달한다”면서 “애초부터 우리 정부가 론스타를 위법한 투자자라고 주장했다면 관할권 없음으로 금융부문 쟁점도 전부 승소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진상규명을 위한 첫 걸음을 소송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에서 찾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전날 “소송 절차를 밟는다는 이유로 판결문을 비공개하면서 책임소재를 흐리는 것이 법무부의 목적이 아니라면 당장 론스타 사건 중재판정문을 공개하여야 할 것”이라며 “판정문을 공개하는 것이 객관적 진상규명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중재규칙상 중재절차는 비공개가 원칙이라는 일관된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ICSID 협약 및 중재규칙상 중재절차는 비공개가 원칙이고, 특히 이번 ISDS 판정부는 명시적으로 양측에 비밀유지의무를 부과했다”면서 “ISDS 당사자인 정부로서는 비밀유지의무 위반 시 중재판정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 및 정부의 손해배상책임 등 추가적인 분쟁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비밀유지의무를 준수하는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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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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