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기 은행들이 이례적으로 대출금리 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2일부터 은행별 예대금리차(대출 금리-예금 금리) 정보가 공개되면서 ‘이자 장사에 가장 치중한 은행'이라는 낙인을 피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 제도가 은행의 수익성과 주가 상승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신한은행은 5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를 각 최대 0.3%P, 전세대출 금리는 최대 0.2%P 인하하기로 했다. 지난달 24일 개인 신용대출과 생활자금 용도의 주택담보대출 등의 금리를 최대 0.5%P 인한 한 뒤 열흘 만에 추가 인하에 나섰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등 여타 은행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혼합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P 인하했다. NH농협은행은 26일부터 새희망홀씨대출의 금리를 0.5%P, 청년전월세대출을 0.3P까지 낮췄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말 종료할 예정이었던 주담대 우대금리 혜택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대상은 5년 변동금리 신규로 우리아파트론, 우리부동산론, 우리WON주택대출을 대출받거나 신규코픽스 6개월로 우리전세론, 주거용 오피스텔 담보대출을 받는 차주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또한 이달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상품 중 변동금리(6개월 변동) 상품은 0.85%P, 혼합금리(5년 고정 후 변동)는 0.25%P 낮췄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가 취급하는 주담대 최저금리는 연 3.2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은행들의 이같은 대출금리 인하는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 시행의 영향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는 ‘대출금리가 높다’, ‘이자장사에 치중하는 은행이다’ 등의 평판이 고객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후속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공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주의 신용등급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지만 일단 이자장사에 치중하는 은행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고객들이 발길을 피한다”며 “이러한 낙인이 일선 영업에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반대로 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일 한국야쿠르트(hy)와 제휴해 연 최고 11% 수준의 '신한 플랫폼 적금(야쿠르트)'을 출시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11일 ‘하나의 정기예금’ 금리를 연 3.40%로 최대 0.15%P 인상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24일 주요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최대 0.8%p 올렸다.
아울러 가계대출 감소도 은행의 대출금리 인하를 부채질한 것으로 분석된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8월 말 기준 696조4509억원으로 7월 말보다 9858억원 감소했다. 올해 들어 8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의 영향으로 은행의 수익성 영향이 불가피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예대금리차 공시 영향이 저원가성예금 이탈과 맞물릴 경우 중장기적으로 NIM(순이자마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 높다”며 “예대금리차 공시 후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가 단행되고 있다. 또 기준금리 인상 직후 수신금리 인상 폭을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더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종결될 경우 NIM 상승세가 멈추는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가정했다”며 “이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2분기로 앞당겨질 수도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연내 종결될지 미지수라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최 연구원은 “은행주의 경우 예대금리차 압박과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배당 우려도 확산되고 있는 만큼 최근 주가 급락에 따른 valuation 매력 발생에도 불구하고 투자심리가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