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도 매출도 없는 ‘동행세일’…올해도 썰렁

홍보도 매출도 없는 ‘동행세일’…올해도 썰렁

상인들 “매출 도움 안 돼” 냉담한 반응
홍보 부족 여전…방문객 인지도 떨어져

기사승인 2022-09-08 06:00:28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입구 모습. 사진=김한나 기자
“동행세일이 뭔가요? 그런 행사를 하는지도 몰랐어요.”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만난 과일과게 상인 박 모씨(여·40)는 “동행세일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날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 대다수는 동행세일이란 행사가 있는지도 몰랐다며 반문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동행세일’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전통시장과 중소기업의 판로 지원 및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행사로, 올해로 3년차를 맞았지만 시장 상인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올해도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건 없는 분위기다. 

경기 활성화와 내수 진작이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전통시장 상인들은 하나같이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떡갈비집을 운영하는 상인 김 모씨는 “동행세일 행사 자체는 알고 있지만 별로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원래 유동인구가 많아 행사 이전과 비교해봐도 매출 효과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호떡 장사를 하는 상인 A씨도 “행사 홍보가 잘 안된 것 같고 고객들도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동행세일이라고 해서 특별히 세일하냐고 묻는 손님들도 없다. 말만 동행세일이지 효과가 있나 싶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소상공인을 위해서라도 동행세일 같은 소비촉진 행사가 필요하다는 데는 한 목소리를 냈다.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김한나 기자
다가오는 추석을 앞두고 시장 내부는 장을 보는 소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들도 동행세일에 딱히 관심이 없어 보였다. 청과점에서 만난 강 모씨(남·54)는 “반찬을 사러 시장에 들렀는데 동행세일에 대해 처음 들어봤다. 판촉 행사이냐”라고 되물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태풍 힌남노와 경제위기를 고려해 동행세일 기간을 늘린다고 발표했다. 전통시장에서는 오는 12일까지 행사를 연장하고 일부 민간·공공분야 기획전은 최대 16일까지 진행된다.

대규모 판촉 행사라는 거창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장 반응은 싸늘했다. 망원시장 내부에는 ‘대한민국 동행세일’ 현수막이 붙어 있었지만 있으나 마나한 상태였다.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내부. 장을 보러 온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김한나 기자
인근의 백화점 역시 분위기는 비슷했다.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은 평일 오후라 그런지 눈에 띄게 인적이 드물었다. 1층 명품관을 비롯해 다른 층도 쇼핑을 하러 나온 사람들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패션매장에서 만난 한 백화점 직원은 “동행세일이라고 안내가 돼 있긴 하지만 잘 모르겠다”며 “홍보가 많이 안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화점 내부에서 동행세일 현수막이나 안내문 하나 발견하기도 어려웠다. 백화점 직원들도 동행세일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알지 못했다. 

지하 2층의 백화점 연결 통로에서 동행세일 매대를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패션 브랜드 메머 이지현 대표는 동행세일 효과를 어느 정도는 체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브랜드 신상품을 처음 선보이는 중인데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가 돼 고객들 반응이 좋다. 매출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얼마 전 폭우 영향도 있었고, 홍보 기간이 짧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아쉽다”면서 “동행세일은 그간 정부에서 꾸준히 해온 행사지만 크게 활성화는 안되는 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7일 현대백화점 신촌점 지하 2층 연결 통로에 마련된 동행세일 행사 매대. 사진=김한나 기자
실제 동행세일의 매출 효과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으로 몰리는 추세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이달 1일 시작된 동행세일의 넷째 날까지(지난 1∼4일) 온라인 누적 판매액이 761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행세일의 경우 누적 판매실적이 267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9배에 달한다.

유통 채널별 누적 매출은 TV홈쇼핑·T커머스가 525억1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온라인 기획전 226억3600만원, 라이브커머스 9억9300만원 등이다.

일각에서는 동행세일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판매 촉진보다 정작 대기업 위주의 몰아주기 행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한 보여주기 식 행사가 아닌 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동행세일 판 키우기에 나선 유통업체들의 적극적인 행보에도 유통구조에 따른 쏠림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만 동행세일에 참여를 하고 있는데 부스도 이벤트 행사 때 잠깐 차려지는 정도”라며 “주로 대형 유통업체 위주로 소비가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오프라인 쪽으로 활로가 확대되면서 소상공인 제품들이 현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건 긍정적”이라며 “구매까지 연결은 안되더라도 추후 다양한 채널로 소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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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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