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자진 시정방안 마련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피하게 됐다. 브로드컴은 앞서 삼성전자에 갑질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미국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 인코포레이티드, 브로드컴 코퍼레이션, 아바고 테크놀로지스 인터내셔널 세일즈 프라이빗 리미티드, 아바고테크놀로지스코리아 등 4개사의 거래상지위 남용행위 사건 관련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앞서 브로드컴 인코포레이티드 등 4개사는 지난 7월13일 공정위가 심사 중인 거래상지위 남용 건과 관련해 동의의결 개시를 신청했다. 동의의결은 공정위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 피해 구제 등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안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히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에 대해 구매주문의 승인 중단, 선적 중단 및 기술지원 중단 등 수단을 통해 와이아파이, 블루투스 등 스마트기기 부품 공급에 관한 3년간의 장기계약 체결을 강제한 사안을 심사했다. 이는 2021년부터 3년간 브로드컴의 스마트기기 부품을 매년 7억6000만 달러 이상 구매하고, 실제 구매금액이 이에 미달하는 경우 그 차액만큼을 브로드컴에게 배상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브로드컴은 위법성 여부를 다투기보다 자발적으로 스마트기기 부품 시장에서의 경쟁 질서를 회복하고 중소 사업자 등과의 상생을 도모하겠다며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시정방안에는 스마트기기 제조사에 대해 선적 중단 등 불공정한 수단을 통한 불이익한 내용의 부품 공급계약 체결 강제 행위 및 경쟁사업자 배제행위 등을 중단하고, 일정 금액의 상생 기금을 마련해 반도체, IT산업 분야의 중소 사업자를 지원하고 반도체 설계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두 가지가 담겼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달 두 차례의 전원회의 심의를 통해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빠른 시일 내에 브로드컴의 시정방안을 보완·구체화해 잠정 동의 의결안을 마련하고 삼성 등 이해관계자와는 30~60일간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위는 “스마트기기 부품은 기술 개발 속도가 빠르고 동태적 경쟁이 이뤄지는 분야여서 동의의결을 통해 신속히 사건을 마무리할 때 실익이 크고, 이번 사안은 스마트기기 핵심 부품과 스마트기기 완제품 시장에서 각각 선도적 위치에 있는 거래당사자 간에 발생한 사건이어서 동의의결을 통해 효과적으로 거래질서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또 “동의의결을 통해 브로드컴이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시정방안을 이행하도록 함으로써 스마트기기 부품시장의 혁신 경쟁도 보다 촉진할 수 있을 것이고, 상생 지원 방안을 통해 중소 반도체 업체의 기술 개발과 신규 진입 등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