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공식적으로 영수회담을 요청드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8·28 전당대회 당선 이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영수회담’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사실상 1대1 회담을 제안했다.
최근에는 명절 연휴 전날인 8일 윤석열 정부 검찰이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한 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정치는 위기에 빠진 국민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통령께 다시 요청드린다”며 영수회담을 다시 요청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취임부터 민생을 논의할 영수회담을 다섯 차례나 요청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8일 영국과 미국 등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뒤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와 함께하는 다자회담을 제인할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1대1 방식의 영수회담보다는 여야 지도부 회동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취임 직후인 5월 대통령실은 “영수회담이라는 표현은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하던 시대의 용어”라며 민주당 대표와의 단독 회담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대신 국민의힘‧민주당‧정의당 지도부와 만찬 회동을 역제안한 바 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14일 국민의힘 정진석 신임 비대위원장을 예방한 뒤 이 대표가 제안한 영수회담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정의당도 비대위가 정리되면 대통령께서 해외 순방을 다녀오고 나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만나는 것도 한번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대통령은 영수회담이라는 용어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과거 여당의 총재가 대통령이었을 때는 일리가 있지만 지금은 대통령과 당 대표의 만남, 이런 쪽으로 가야 한다. 구시대에 쓰던 얘기를 쓰지 않겠다고 누누이 말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대통령실을 향해 영수회담을 거듭 촉구한 것에 대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민생까지 볼모로 삼고 거짓 민심을 내세우며 영수회담마저 방탄으로 삼으려는 본말전도의 여론전을 즉각 중단하고 범죄혐의 소명부터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14일 논평을 통해 “이재명 대표가 또 영수회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다. (이 대표가) 영수회담을 ‘플리바게닝’(사전형량조정제도)쯤으로 착각하는 게 아니고서야 이해하기 어려운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영수회담을 제안한 이재명 대표를 향해 “정치적 플리바게닝을 위한 정략적 행보가 아니기를 바란다. 윤석열 정부에서 그런 얄팍한 수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자신의 사법리스크가 점차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또 다른 방탄조끼로 삼으려 하는 게 아닌지 국민께서 의심하고 있다. 민생을 위한 영수회담이라고 하지만 민주당이 연일 확전하는 ‘이 대표 구하기 전쟁’을 보면 그 누구도 그것이 진심임을 믿을 수 없다”고 논평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에 대해 “협치가 목적이라고 하는데 다분히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제안”이라며 “한동훈 탄핵‧김건희 특검을 외치는 상황에서 야당 대표가 대통령과 만나자고 하는 것은 사실상 맞장을 뜨자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치 9단’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에 대해 “이대로 가면 나라 망한다”라고 진단하며 윤석열 대통령은 제1야당 총수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영수회담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전 원장은 지난 8일 시사프로그램 KBS ‘더라이브’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면 “옛부터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바로 가셔야 국민이 살고 나라가 흥한다”고 덧붙였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