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를 전세사기로부터 보호할 정책으로 활용되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전세사기 대응을 위한 해결책으로 ‘보증보험 가입확대’를 내세우고 있어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공사 보증배수 현황 및 추정치’ 자료를 분석한 결과 HUG는 2024년 재정건정성을 나타내는 보증 운용 배수가 64.6배가 예상됐다. 공사보증배수는 2015년 33.8배였으나 2018년 45.0배로 증가했고 지난해 49.2배에서 올해 52.2배로 나타났다.
전망이 현실이 될 경우 HUG가 실시하는 2024년부터 ‘전세금 반환보증’ 추가 가입이 어려워지게 된다. 주택도시기금법은 공사의 총액 한도를 ‘자기자본의 60배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60배를 초과하는 경우 어떠한 보증상품도 공급할 수 없게 된다.
HUG의 ‘전세금 반환보증 보험’은 세입자들이 약간의 보험료만 내면 전세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HUG는 보증금을 제때 못 돌려주는 임대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지불하고 이후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이를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세입자의 보증금을 보장한다.
전세사기가 극성을 부리면서 보험 가입자 수와 사고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HUG의 연도별 전세보증 가입 가구 통계를 보면 지난 2016년 2만4460가구에 그쳤던 전세보증 가입 가구는 지난해 23만2150가구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보증 액수도 크게 늘었다. 지난 8월에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사고 금액과 건수는 각각 1089억 원, 511건으로 집계됐다. 사고 건수와 액수 모두 월간 기준 역대 최대·최다치다.
전세사기가 늘면서 보증보험을 통한 대위변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회수율은 턱없이 낮다. 악성임대인 203명의 사고에 따라 HUG가 대위변제한 가구 수와 금액은 각각 3523가구, 7275억 원에 달한다. 이중 올해 7월말 기준 회수된 금액은 1039억원이다. 대위변제액 대비 회수율 14.3%에 불과한 수치다.
HUG가 대신 갚아준 보증금이 고스란히 공사의 손실로 돌아가면서 제도개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유경준 의원은 "전세 사기에서 국민을 직접 구제하는 수단인 ‘전세금 반환보증’가입이 중단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HUG에 대한 정부 출자를 늘리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세입자 보호 수단이 ‘전세보증보험’에 그치면 안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정부는 전세사기에 특히 취약한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보증료를 추가 지원해 보증 가입을 유도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HUG를 통해 무리하게 보증을 하도록 하는 정책은 결국 우리 공동체가 그 책임을 나눠가지게 된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건 개인이자 갭투기한 사람들인데 이걸 공적인 수단으로 보상하게 되면 국민 세금을 가져다 쓰는 꼴이 된다”며 “보증보험 활성화가 대책이 돼선 안된다.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