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버티기 위해 풀린 141조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의 만기연장·상환유예가 2025년까지 연장됐다. 그간의 만기연장은 상환 차주들의 채무를 조건 없이 미뤄주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금융권의 의견을 받아들여 차주의 상환능력을 파악해 채무를 이행하거나 채무 조정을 할 수 있도록 안배했다는 점이 차이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소상공인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연장 및 연착륙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및 전 금융권은 2020년 4월부터 대출 만기연장 및 원금·이자에 대한 상환유예 제도를 시행해왔다.
이는 자금이 공급된 이후 1년이 지난 뒤 6개월 단위로 4차례 연장됐는데, 이번에도 유예가 진행될 경우 총 5차례에 걸쳐 대출만기가 연장되는 셈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을 받는 대출잔액은 총 133조4000억원(70만4000건)에 달한다.
이번 만기연장은 그간 시행됐던 ‘일괄 적용’ 방식이 아닌 금융권 자율협약에 따라 이뤄진다. 이에 따라 만기연장 조치 이용 차주는 2025년 9월까지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대출의 만기를 연장할 수 있게 됐으며, 만기연장 기간이 종료되면 추가 연장 여부는 금융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상환유예는 1년으로 확정됐다. 주별로 최대 1년의 상환유예 기간을 부여하지 않고, 내년 9월에 상환유예 기간이 일괄 종료된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이번 조치는 과거 4차례의 ‘임시조치의 단순연장’이 아닌, ‘임시조치의 연착륙’에 중점을 뒀다”며 “차주에 충분한 위기대응 시간을 부여하면서도 시장기능이 작동할 수 있도록 보완장치를 충분히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만기연장 차주의 경우 부실위험이 낮아 일괄적 만기연장에서 금융권 자율협약에 따른 관리체계로 전환해 금융거래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했다”며 “상환유예는 차주의 상황에 따른 부실관리를 할 수 있게 해 근본적 연착륙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조치는 금융권의 자율성이 부여됨에 따라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또한 추가적인 연장이 없다는 것에 대해 리스크 해소 요건으로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간 대출만기 연장이 진행되면서 부실차주들이 파악이 안됨에 따라 잠재적 리스크가 꾸준히 증가해왔다”며 “하지만 금융사들의 자율적인 판단이 가능해지면서 리스크 해소에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국내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금융프로그램의 연장은 불가피하다는 점은 공감하는 만큼 금융사들도 적극적인 조치에 나설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단체는 정부와 금융권이 진행한 이번 조치에 대해 환영의 뜻을 비췄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같은날 논평을 통해 “대출만기 연장과 상환유예 조치는 수혜 중소기업의 88.7%가 ‘도움이 됐다’고 답할 만큼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금융당국은 명확한 지침과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현장 창구에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또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현상이 심화하면서 중소기업 매출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만큼 추가 금융지원 대책을 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들이 온전한 회복에 전념할 수 있도록 다소간의 시간이 주어진 것은 긍정적”이라면서 “만기연장은 ‘금융권 자율협약’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정책 취지에 맞춰 더 세심한 기준을 제시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