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 폐가촌이… 늘어나는 빈집 어쩌나

서울 한복판에 폐가촌이… 늘어나는 빈집 어쩌나

기사승인 2022-09-29 06:00:02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 사직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현장. 오래된 빈집 철문 위로 출입금지 표시가 붙어있다.   사진=조현지 기자 

“밤에는 이 길로 안오죠. 안 그래도 무서운데 무슨 일 날까봐 걱정돼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서 만난 직장인 A씨(32·여)가 전한 말이다. 주차된 자동차와 창가에 올려진 화분 등 생활감이 느껴지는 골목을 지나 계단을 내려가면 전혀 다른 풍경이 그려진다. 도시가스 밸브는 끊겨 거미가 집을 치고 앉았고 칠이 벗겨진 페인트문 위로는 ‘출입금지’ 딱지가 붙어있었다. 

불과 한 골목 차이로 빈집이 즐비한 이 동네는 사직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현장이다. 지난 2009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이 추진됐지만 서울시가 직권으로 정비구역 지정을 해제하며 사업이 중단됐다. 한양도성 인근 사직동 일대 역사·문화 환경을 보전해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빈집이 도심 곳곳에서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의 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의 빈집 151.1만호로 전국 총 주택수의 8.2%에 달한다. 5년 새 30%나 늘어난 수치다.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수년 내 10%를 넘어서게 될 전망이다. 

12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비어있어 사실상 주택으로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집의 수도 2005년 약 19만호에서 2020년 기준 약 39만호 수준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 연 평균 증가율은 6.21%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 사직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현장. 빈집들 사이로 폐기된 가구 쓰레기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사진=조현지 기자

서울의 경우 중단된 뉴타운·재개발 사업으로 방치된 빈집이 늘고 있다. 서울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뉴타운·재개발 해제지역 안전관리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뉴타운 해제지역 386곳 중 절반에 해당하는 193곳은 재생·정비사업이나 계획적 관리를 위한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 

노후화된 건물들이 제대로 된 계획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뜻이다. 해제지역 386곳에 있는 건축물은 모두 11만6818동으로 서울 전체 건축물의 12.4%에 해당했다. 지은 지 40년 이상 된 것만 21.4%에 달했고 30년 이상 된 건물도 47.4%, 20년 이상은 78%를 차지했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빈집과 달리 중앙정부나 광역 지자체는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효율적인 빈집관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연구원이 발행한 ‘지방정부의 빈집관리 정책역량 분석과 시사점’에 따르면 전국 288개 기초지자체(시·군·구) 가운데 54개 지역(24%)이 빈집 관련 조례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예산 수준도 낮았다. 2022년 기준 시·군·구가 빈집 관련 사업에 투입하는 예산은 연평균 2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이러한 예산 수준은 노후도와 방치 수준이 심각하여 즉시 철거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는 4등급 빈집을 철거하는 데 필요한 추정 비용의 20.9% 수준에 그친다. 주변에 위해를 일으켜 시급한 철거가 필요한 빈집을 정비하기에도 열악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의 역할을 확대해 빈집 대응에 나설 필요성이 제기됐다. 조정희 부연구위원은 “장기간 방치되고 관리되지 않는 빈집은 인근 주민의 위생과 안전상 위해를 끼칠 수 있다”며 “시·군·구 자치사무 일변도로 규정된 현행 빈집 관리체계를 개선하여 중앙 역시 지방의 정책 집행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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