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9시 33분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보다 1300원(2.36%) 오른 5만6500원에 거래됐다. 개장 전에는 4% 넘는 인상폭을 보였다.
영국의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ARM 인수 빅딜에 대한 기대감이 삼성전자 주가를 견인했다. 지난 1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방한하면서 ARM 매각 또는 전략적 제휴 등에 관한 기대감이 커졌다. ARM은 지난 2016년 손 회장이 소프트뱅크와 자회사 비전펀드를 통해 인수했다. 지분율은 소프트뱅크그룹이 75%, 소프트뱅크비전펀드가 25%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유럽·중남미 출장 귀국길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서울에 올 것”이라면서 “아마 그때 (ARM 인수 관련된) 제안을 하실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 3위인 마이크론이 설비투자를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도 국내 반도체주의 호재로 작용했다. 올해 2분기(4~6월) 기준 D램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43.5%로 1위, SK하이닉스는 27.4%로 2위, 마이크론은 24.5%로 3위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방한 예정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ARM 인수 빅딜 기대와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 마이크론이 감산 결정을 내린 가운데 삼성전자도 출하량을 줄이고 있다는 소식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시간 기준 네이버는 전일대비 4500원(2.55%) 내린 17만2000원에 거래됐다. 전날 네이버 주가는 장중 17만5500원까지 내려가며 52주 최저가를 갈아치웠다.
네이버 주가가 18만원 아래로 떨어진건 2020년 4월21일(17만8500원) 이후 2년5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시가총액 규모는 2조8955억원으로 전일 3조1743억원에서 하루 만에 2조7888억원이 사라졌다.
네이버가 북미 온라인 패션 플랫폼 포쉬마크를 현재 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인수한다는 소식이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포쉬마크의 주식 9127만2609주를 약 2조3441억 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내년 4월 4일로, 인수가 마무리되면 포쉬마크는 독립된 사업을 운영하는 네이버의 계열사로 편입된다.
네이버가 설립한 특수 목적 자회사와 포쉬마크 간의 합병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미 합병 결의 정족수를 초과하는 80%에 육박하는 의결권 결의 확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쉬마크는 이용자 8000만 명 이상을 확보한 현지 1위 개인간거래(C2C) 플랫폼 사업자다. 현재 15달러 미만의 상품은 2.95달러씩, 15달러 이상의 상품 거래에는 20%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모델로 운영되고 있다.
네이버는 포쉬마크의 기업가치를 주당 17.9달러, 순기업가치 12억달러(약 1조7000억원)로 평가했다. 3일(현지시각) 종가 기준 나스닥에서 포쉬마크는 15.57달러에 마감했다.
포쉬마크가 성장하는 기업이지만 적자기업이라는 점도 부정적인 전망을 강화했다. 포쉬마크의 사용자는 계속해서 늘어나 지난 2분기 기준 8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직까지는 흑자전환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포쉬마크는 약 2300만 달러(328억원)의 분기 영업손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전날 네이버가 미국판 당근마켓인 포쉬마크를 인수한 것에 대해 인수가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성장성 회복이 필수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투자 의견은 ‘매수’로 유지하는 한편, 목표 주가는 30만원으로 하향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쉬마크의 매출은 거래액 대비 20%의 수수료를 수취하는 형태로 발생하기 때문에 거래액 성장이 중요하다”면서 “네이버의 향후 과제는 알고리즘 고도화 및 효율적 상품 노출 등을 통해 인당 구매액을 높이는 것이며, 포쉬마크의 커머스 성장률 재상승을 위해 꼭 필요한 선결 요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