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그라운드를 떠난다.
이대호는 8일 오후 5시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시즌 최종전을 끝으로 22년에 걸친 프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다.
200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4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은 이대호는 해외에서 뛴 5시즌을 제외하고 롯데에서만 17년을 뛴 ‘원클럽맨’이다 그가 남긴 기록은 통산 1970경기 출전 타율 0.309(7114타수 2198안타) 374홈런 142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00에 달한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도 맹활약을 펼치면서 ‘조선의 4번 타자’라는 별명도 붙었다.
커리어 내내 맹타를 휘두른 그는 최근 2년간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올 시즌을 앞두고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올해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활약을 펼치면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몇몇 팬들은 ‘은퇴를 철회해달라’면서 아쉬워하기도 했다.
쿠키뉴스는 롯데 자이언츠팬들과 인터뷰를 통해 ‘이대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아봤다.
28세 노형세
롯데제과에 다니던 큰아버지가 당시에 티켓을 받아오셔서 자이언츠 경기를 보러가니 롯데 팬이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그 시절에 활약하던 이대호 선수의 팬이 됐죠. 친구들이 다 아이돌을 좋아할 때 저는 이대호 선수를 덕질했죠. 지금 근무 중인 병원에서도 제가 ‘이대호 덕후’로 유명해요. 7관왕을 했던 2010년도 기억에 남지만, 올해 7월 SSG 랜더스전에서 0대 8로 지고있을 때 이대호 선수가 홈런 치는 걸 직관했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승리가 힘들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너무 감동을 받아서 평생 기억할 것 같네요. 이제 곧 은퇴한다는 게 정말 믿기지가 않네요. 올해 한번이라도 눈에 더 담아보려고 쉬는 날마다 롯데 경기를 직관했는데, 은퇴식 경기에서도 정말 멋진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35세 박종민
집안이 전부 롯데 팬이에요. 저도 어릴 때부터 롯데 경기를 자주 보러 다녔죠. 저는 故 최동원 선수의 시절을 보지 못했는데,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최동원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하셨거든요. 저는 그래서 이대호 선수에 집중한 것 같아요. 나중에 누군가에게 롯데 이야기를 하거든 “너는 이대호 선수가 활약하는 걸 봤냐”고 말이에요. 참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9경기 연속 홈런을 치던 2010년은 정말 대단했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아쉽게도 9경기 당일에는 직관을 가지 못하고, 8번째 홈런을 치던 경기를 봤거든요. 그 당시에 핸드폰 DMB로 경기를 보고 있었는데, 그 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환호성을 엄청 질렀어요. 주위의 친구들한테도 연락을 많이 했던 기억도 남네요. 오늘 은퇴식 경기에서 이대호 선수가 이승엽 선수처럼 잊지 못할 은퇴식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이대호 선수 덕에 야구팬으로 즐겁게 지냈어요. 고맙다고 꼭 전하고 싶네요.
23세 이민아
저는 야구를 본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사실 롯데에 있는 다른 선수들을 먼저 좋아하면서 이대호 선수가 은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맨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칠 일인가’ 싶기도 했지만, 어느새 저도 감정 이입을 해서 아쉬워하고 있더라고요. 정말 마지막 시즌에 이렇게 잘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놀랐습니다. 지난달 한화 이글스전에서 친 역전 만루홈런은 잊지 못할 것 같네요. 특히나 ‘빠던(배트 던지기)’을 보면서 소름이 돋더라고요. 지난번 은퇴 투어 사인회에 당첨돼서 사인을 받는데 정말 웃으면서 고맙다고 말씀해주시는 데, 너무 저도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꼭 마지막 경기에서 멋지게 은퇴식 치르셨으면 좋겠습니다.
39세 황지문
대학교를 부산에서 다녔어요. 사실 저는 고향이 서산이라 원래 한화 팬이었거든요. 당시 대학교 동기들과 야구를 보러갈 땐 처음엔 한화를 응원하다가, 롯데로 넘어간 케이스에요. 당시에 정말 제리 로이스터 감독 밑에서 매력있는 야구를 했잖아요. 당시에도 활약하던 이대호 선수도 크게 기억에 남아요. 그때 롯데와 이대호 선수는 정말 신드롬이었어요.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2010년부터 한국으로 돌아온 2017시즌까지.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드라마였어요 국가대표로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2타점 적시타는 진짜 최고의 순간이었어요. 물론 그 이후에 오재원 선수의 빠던에 묻힌 감이 없잖아 있지만요. 한국에서 우승만 빼고 다 이루신 것 같아요. 아쉽게도 오늘 경기가 마지막이지만, 꼭 언젠가 다시 야구장에서 볼 날을 고대하겠습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