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청와대 개방’을 위한 예산 편성 기조로 인해 문화재 보존관리·천연기념물 및 명승 관리 등 본연의 업무를 담당해야 할 문화재청이 ‘청와대관리청’으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
당초 문화재청이 기재부에 요구한 본연의 임무에 대한 요구액은 대거 삭감됐지만, 청와대 개방에 따라 부가적으로 부여된 ‘청와대 개방’ 관련 예산과 사업만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11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재청 예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청와대 개방을 위한 문화재청 예산은 올해 예비비와 내년 예산안을 포함해 314억3200만원에 달하는 걸로 확인된다. 또 청와대 개방을 위해 편성된 예산은 문화재청 예산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541억8700만원에 이른다.
올해 청와대 개방을 위해 문화재청에 배정된 예비비는 96억7000만원으로 이는 5년간 문화재청이 배정받은 예비비의 97.4%에 달했다. 최근 5년(2018~2022) 문화재청이 배정받은 예비비 총액은 99억2881만원이고, 올해를 뺀 지난해까지 4년간 예비비 총액은 고작 2억5800만원에 불과했다.
내년 청와대 개방 명목으로 책정된 문화재청 예산액 217억6200만원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대표적 문화유산인 경복궁과 창덕궁 두 곳의 정비 예산을 합치면 대략 208억원인데 이보다도 청와대 개방 관련 예산이 9억원 가량이 더 많았다.
이같은 이례적인 예산 배정은 윤석열 정부가 ‘청와대 활용방안’에 매몰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존관리 정책 강화’, ‘천연기념물 및 명승 보호’, ‘매장문화재 보호 및 관리 지원’, ‘국립고궁박물관 운영’ 등 본연의 임무와 관련된 사업 관련 예산안을 냈지만 기재부에서 대거 삭감했다. ‘청와대 개방’ 예산은 삭감 없이 유지했다.
임오경 의원은 청와대 개방을 위한 예산 낭비를 멈춰야 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임오경 의원은 쿠키뉴스에 “윤석열 정부는 막대한 혈세가 드는 영빈관 신축을 졸속으로 추진했다가 국민 반발에 부딪혀 포기했다”면서 “경복궁 등 서울 시내 고궁을 외빈 접대 장소로 이용하자는 안을 논의 중이라는 얘기도 나오는데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상의도 없이 대통령실이 고궁 사용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