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최근 1년간 주가가 50% 이상 하락한 종목(최근 1년 내 상장종목 제외)은 모두 343개로 전체의 13.55%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 940개 상장사 중에서 주가가 50% 이상 하락한 종목은 109개(11.60%)에 이른다. 국내 성장주 양대 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 하락률은 각각 59.34%, 57.41%로 집계됐다.
물가를 잡기 위해 중앙은행이 긴축 움직임을 보이면서 대다수 종목이 급락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 둔화 우려가 고조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약세와 한미 금리 역전 현상에 외국인 수급이 위축되면서 국내 증시는 더 타격을 입었다.
IPO 시장에도 한파가 몰아쳤다. 시가총액 1조원을 노리며 지난 8월 상장한 쏘카는 7일 기준 시가총액은 5700억원에 머무르고 있다. 상장 이후 주가도 계속 하락했다. 11일 기준 쏘카 주가는 전일 대비 50원(0.27%) 오른 1만7500원에 마감했다. 공모가(2만8000원) 대비 주가가 40% 가까이 하락했다.
2차전지 분리막 제조사로 지난달 30일 상장한 더블유씨피(WCP)는 공모가 6만 원보다 10% 하락한 5만4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다. 거래 후 4만1700원까지 미끄러졌다. 공모주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첫날부터 30%가 넘는 손실을 봤다.
11일 카카오뱅크는 전 거래일 대비 500원(3.00%) 내린 1만7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7일 9% 넘게 급락하며 신저가를 새로 썼다. 이는 상장 직후 달성한 최고가(9만4400원) 대비 -80%, 공모가(3만9000원)와 비교했을 때는 -50%를 넘는 수준이다.
작년과 올해 코스피에 상장해 공모가보다 주가가 오른 새내기 주식은 LG에너지솔루션(60.83%), SK바이오사이언스(11.54%), 솔루엠(10.88%) 뿐이다.
이런 약세장 분위기가 연말까지 지속되면 전체 상장 기업 수는 작년에 크게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신규 상장 기업 수는 9월까지 80개로 작년 한 해 134개보다 40% 적다.
실제로 올해에만 20여 곳의 기업들이 IPO를 철회했다. 대어로 지목됐던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태임페이퍼, 현대오일뱅크 등 줄줄이 상장을 포기했다.
올해 상장 예정이었던 컬리와 케이뱅크가 내년으로 상장 시기를 미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컬리는 지난 8월, 케이뱅크는 9월 상장 예비심사 승인받아 각각 내년 2월, 3월까지 공모 일정을 마쳐야 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컬리, 케이뱅크 모두 실적의 성장 기울기가 앞으로는 좀 더 완만해질 것”이라면서 “회사가 생각하는 기업가치와 투자자들이 평가하는 가치 사이의 괴리가 내년 초까지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나 연구원은 “내년 2분기 각종 경제지표가 바닥을 찍는다고 보면 1분기는 돼야 투자자들의 심리나 투자 집행이 개선될 것이지만 현 상황에서 언제 어떻게 좋아진다고 정확히 예상하기 어렵다”면서 “내년에 상장 예비 심사를 다시 청구한다고 하더라도 중순 이후 상장에 다시 재도전하는 것이 나쁜 전략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컬리측은 “한국거래소와 주관사, 투자자 등과 상장 철회에 대한 어떤 의사소통도 한 적이 없다”면서 “지난 8월 22일 상장 청구 승인 이후 정해진 기한 내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