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프로농구는 오랜만이지?

어서와, 프로농구는 오랜만이지?

15일 오후 2시 공식 개막
고양 캐롯 점퍼스 창단, 5팀 감독 교체, 필리핀 선수 합류 등 볼거리 가득

기사승인 2022-10-15 07:05:01
지난 11일 미디어데이에서 공개된 KBL 트로피.  한국프로농구연맹(KBL)

농구 코트가 뜨거워질 준비를 마쳤다.

‘2022~2023 SKT 아이닷 프로농구’가 15일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던 서울 SK와 안양 KGC의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6개월간 열전을 펼친다. 약 6개월 동안 6라운드로 10개 팀이 54경기씩 총 270경기의 정규리그를 치르며, 이후 상위 6개 팀이 플레이오프를 통해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올 시즌에도 지난 시즌 못지 않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변경점을 비롯해 리그 판도 등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지난 8월 창단식을 치른 고양 캐롯 점퍼스. 사진=임형택 기자

구단주가 허재…고양 캐롯 점퍼스의 등장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신생팀이 창단했다.

데이원스포츠의 모기업인 데이원자산운용은 지난 5월 고양 오리온의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고, 6월 KBL 임시총회를 통해 신규 회원 가입을 승인받았다. 연고지는 이전 없이 그대로 고양 프랜차이즈를 이어갔다. 

시작부터 파격적이었다. ‘농구 대통령’으로 불린 허재 전 감독을 스포츠 총괄 대표로, 국가대표 출신 정경호으로 단장직으로 선임했다. KGC의 황금기를 이끈 김승기 감독이 구단 초대 감독을 맡게 됐다. 여기에 프로농구 최초로 캐롯손해보험을 네이밍스폰서로 유치했다. 구단명은 고양 캐롯 점퍼스로 결정됐다. 

캐롯 구단은 농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겠다며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창단 과정에서 신규 회원사 가입 심사 당시 제출한 자금, 후원사, 운영 계획 등의 자료가 부실해 승인이 한 차례 보류된 바 있다. 지난 7일까지 KBL 가입비 격인 특별회비 15억원 중 5억원을 내기로 했으나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서 리그 참가 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다. 다행히 지난 12일에 납부를 마치면서 정상적으로 리그 일정을 소화하게 됐다.

우승컵을 두고 기념 사진을 찍는 KBL 구단 감독들.  한국프로농구연맹(KBL)  

감독 교체만 5팀…신드롬 일으킬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유독 감독 교체가 많았다. 무려 5팀이 감독 교체를 단행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신생 구단 캐롯은 KGC에서 ‘명장’ 반열에 오른 김승기 감독을 초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김 감독은 KGC에서 2015~2016시즌 지휘봉을 잡은 뒤 2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일궈냈다. 2016~2017시즌에 통합 우승을 달성했고, 2020~2021시즌에는 전무후무한 플레이오프 10연승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등 현 프로농구 최고의 명장이라는 평가받고 있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캐롯은 돌풍을 예고했다. 10월 초 통영에서 열린 KBL 컵 대회에서 4강에 진출했다. 지난 시즌 대비 전력이 약하다는 평을 받는 캐롯이지만, 김 감독의 지휘 아래에 달라진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김 감독이 떠난 KGC는 김상식 전 국가대표 농구대표팀 감독이 자리했다. 김 감독은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으면서 ‘3점 농구’의 전술로 눈길을 끌었다. 재임 시절이던 2019년에는 ‘FIBA 농구 월드컵’에서 코트디부아르에 승리를 거두면서 25년 만에 농구 월드컵 본선 경기에서 승리를 이끈 지도자로 올랐다.

울산 현대모비스와 창원 LG도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현대모비스는 2004~2005시즌부터 18년간 팀을 이끌던 유재학 감독이 현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혀 총감독으로 올라섰고, 수석코치인 조동현이 감독으로 정식 승격했다. 조 감독은 2015년부터 3년간 KT를 이끌다가 4년 만에 다시 감독직을 맡는다.

LG는 조상현 전 국가대표 농구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 조상현 감독은 최근 3시즌 간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지 못한 LG를 봄 농구로 이끌어야 하는 숙제를 맡았다.

많은 이들은 쌍둥이 형제인 조동현 감독과 조상현 감독의 지략 대결에 관심을 보내고 있다. 두 감독은 이미 이달 초 열린 컵대회 4강에서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당시 조동현 감독이 이끈 현대모비스가 82대 78로 조상현 감독의 LG를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오는 30일 창원에서 열리는 LG 홈경기로 본격 대결이 펼쳐진다.

지난 시즌 최하위 서울 삼성은 은희석 전 연세대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은 감독은 2014년부터 연세대를 이끌며 암흑기를 깨고 6년 연속 정상에 올려놨다. 연세대 재학 시절 프로 감독에 밀리지 않는 전술을 구사한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은 감독은 최근 KBL에서 대학 감독 출신 지도자가 고전해온 흐름을 끊겠다는 각오다. 김남기 전 연세대 감독, 김상준 전 중앙대 감독(현 성균관대 감독), 조성원 전 명지대 감독 등 대학에서 프로로 진출한 사령탑들이 전체적으로 프로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의 필리핀 선수 론제이 아바리엔토스.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스피드 농구의 극대화…필리핀 선수들이 온다

올 시즌 많은 감독들이 스피드 농구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필리핀 선수들이 핵심 역할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올 시즌을 앞두고 아시아쿼터를 기존 일본 선수 외에 필리핀 선수까지 확대했다. 이에 전주 KCC, 서울 SK, 수원 KT를 제외한 6개 구단이 이선 알바노(원주 DB), 크리스찬 데이비드(서울 삼성), 저스틴 구탕(LG), 렌즈 아반도(KGC), 셈조세프 벨란겔(한국가스공사), 론제이 아바리엔토스(현대모비스) 등 필리핀 선수를 영입했다. 캐롯은 일본인 선수인 모리구치 히사시를 수혈했다.

정규 리그에 앞서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컵대회에서 필리핀 선수들의 활약은 단연 인상적이었다. 빠른 스피드와 특유의 리듬감으로 코트를 지배했고, 정교한 3점슛과 패스 센스도 돋보였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현대모비스의 아바리엔토스다. 필리핀 국가대표인 아바리엔토스는 컵대회 4경기서 평균 14.5점을 퍼부으며 눈도장을 찍었다. 평소 한국 선수들에게 볼 수 없는 과감함과 패스 센스는 컵대회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다.

DB에 입단한 알바노는 한국에 온 필리핀 선수 중 가장 경험이 많은 선수다. 대학에 졸업하고 곧장 한국 무대에 온 선수들과 달리 미국에서 대학리그를 졸업하고 필리핀 리그를 거쳐 지난 시즌에는 독일 리그에서 뛰었다. 알바노는 컵대회 2경기에서 12.5점 6.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준수한 활약을 남겼다.

한 농구계 관계자는 “필리핀 선수들의 개인 능력만 놓고 보면 KBL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본다. 피지컬이 한국 선수들에 비해 부족할 수도 있지만, 개개인의 공격성은 상당히 뛰어나다”라면서 “한국 선수들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통영에서 열린 컵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수원 KT.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우승 후보는 KT? SK는 ‘롤러코스터’ 탈출 가능할까?

올 시즌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는 수원 KT로 점쳐진다. 개막에 앞서 지난 12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10개 구단 감독 중 5명이 올 시즌 우승 후보로 KT를 점찍었다.

KT는 창단 이래 아직까지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지난 시즌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으나 정규리그 2위에 오른 뒤 4강 플레이오프에서 KGC에 덜미를 잡혀 쓴맛을 봤다.

올 시즌에는 주축 선수인 허훈이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했지만, 자유계약(FA)을 통해 알짜배기 자원들을 영입해 전력 누수를 최소화했다. 선발 자원과 벤치 선수들의 격차가 가장 없다는 평이 따른다.

컵대회에서 우승하면서 기대치를 높였다. 당시 1옵션 외국인 선수 랜드리 은코노가 부상으로 나서지 못했지만, 이제이 아노시케가 컵대회에서 엄청난 공격력을 뽐내며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 지난 시즌 전무후무한 ‘트리플 크라운(컵대회·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모두 우승)’을 달성한 서울 SK는 ‘롤러코스터’ 탈출이 목표다.

지난 몇 시즌 간 SK의 성적은 최고와 최악의 연속이었다. 정규리그 2위에 이어 포스트시즌 우승을 달성했던 2017~2018시즌 직후 2018~2019시즌에는 리그 9위에 머무르며 봄 농구 진출에 실패했고, 2019~2020시즌 다시 정규리그 1위로 도약했지만 2020~2021시즌에는 리그 8위에 그쳤다. 

SK에 올해도 징크스가 이어진다면 올해는 최악의 성적의 차례가 찾아올 때다. 시작부터 그리 좋지 않다. 지난 시즌 주축으로 활약한 안영준이 군 복무로 자리를 비웠다. 최원혁은 비시즌 발목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며,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 최준용은 오른발 족저근막염으로 약 6주간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올 시즌 컵대회에서도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양강 구도를 깰 팀으로는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꼽힌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대성을 포함해 8명의 선수를 영입하며 선수단을 대규모 개편했다.

유도훈 한국가스공사 감독은 “올해에 지금 상황에서 전 구단이 상향평준화가 이뤄지지 않았나 싶다”라면서 “선수들이 많이 바뀌어서 조직력을 강조하고 있다. 강팀이 되기 위해서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준비하고 있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어느 팀과 붙어도 자신 있는 팀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시즌 9위에 그친 KCC도 명가의 부활을 꿈꾼다. 이번 비시즌에 허웅과 이승현을 각각 7억5000만원에 영입하면서 화려한 라인업을 완성했다. 다만 스타팅 선수들 대비 벤치 멤버가 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최근 2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KGC는 주축 전성현이 캐롯으로 이적했지만 여전히 저력이 있다는 평이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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