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에서 형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 자폐증 동생은 발달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춘 ‘우영우 변호사’의 도움으로 억울함을 풀었지만, 현실에서 피의자가 된 발달장애인은 수사단계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법률지원 대책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한국장애인개발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이 가해자가 된 경우 이루어진 ‘발달장애인지원센터’의 법률상담‧지원 건수는 지난 2018년부터 작년까지 연평균 411건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만도 벌써 228건으로, 이는 센터에 접수되어 상담과 지원이 진행된 경우만 집계한 것으로 실제 발달장애인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거나 피의자로 입건된 경우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16개 권역별 ‘지역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상근하며 법률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변호사는 현재 단 1명뿐으로, 그마저도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편성된 변호사 정원 2명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간 수백 건이 넘는 발달장애인 가해 사건을 모두 담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전문가들은 국선 변호인 선임이 가능한 범죄 피해자 지원이나 공판단계에서의 피고인 지원과 달리 특별한 대책이 없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수사단계 법률지원 공백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왔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억울한 자폐증 동생의 에피소드나 과거 영화 ‘말아톤’에서 얼룩말을 좋아하는 주인공이 길거리에서 얼룩무늬 치마를 입은 여성에게 다가갔다 곤욕을 치른 장면과 같이 쌍방향 의사소통이 어렵고 과잉 행동의 특징을 지닌 발달장애인들의 행동은 간혹 상대방에 대한 위협으로 오인되곤 하는데, 이런 특수성을 수사기관에 설명하고 발달장애인의 행위를 소명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변호인의 조력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수사 과정에서 이런 발달장애인의 특성이 간과되어 재판에서 실형까지 선고되었다가 추후 ‘발달장애인지원센터’의 도움으로 형이 감경되거나, 발달장애인의 악의 없는 과잉 행동을 위협으로 받아들인 인근 주민의 신고로 경찰이 해당 장애인을 수갑을 채워 연행하는 등의 사례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고영인 의원은 “전문성을 갖춘 변호인이 발달장애인이 피의자가 된 경우 수사단계부터 참여하는 것이 절실하지만, ‘발달장애인지원센터’의 변호사 직접 채용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법원이 운영 중인 국선 변호인 풀(POOL) 제도를 참조하여, 발달장애인과 뜻있는 변호사들을 매칭시키는 방식 등 법률지원 시스템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