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부진이 다른 테크핀 사의 증시 입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올해 상장을 추진 중인 케이뱅크와 토스와 토스증권, 토스뱅크 등을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상장 시기가 더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또 다른 인터넷 은행 케이뱅크의 공모가를 산정할 때 참고자료가 된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공모가(3만9000원)의 절반 아래로 떨어지는 등 내림세를 지속하면서 케이뱅크가 원하는 가격대로 증시에 입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KT의 자회사 BC카드가 최대 주주인 케이뱅크는 지난달 말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다. 6개월 이내인 내년 3월 말까지 상장 절차를 완료해야 한다.
케이뱅크의 차별화 요소는 대형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인 KT 영향권 아래에 있다는 점이다. 출범 초기부터 금융과 ICT를 융합한 테크핀 은행을 지향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4월 이사회를 개편하면서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 컴플라이언스를 아우르는 전문가들로 이사회 구성을 마쳤다. 이를 토대로 경영 효율성과 스피드 경영을 강화해 ‘테크핀 리딩 뱅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은행은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로 기존 시중 은행과 차별화에 성공할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현재 은행과 플랫폼의 양 측면에서 모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케이뱅크는 비이자 이익이 정체돼있고 ROE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으며 은행업의 틀을 벗어나 높은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며 “상장 시 다른 인터넷 은행과 차별화되는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이르면 11월 말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를 제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시가총액이 2조원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커지면서 상장 시기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재무적투자자(FI)들이 기대했던 시가총액은 7조~8조원이다.
현재 자기자본(1.75조원)에 주가순자산비율(PBR) 2배를 적용해도 케이뱅크의 시가총액은 4조원에 못 미친다. 은행주 중 PBR이 가장 높은 카카오뱅크는 1.5배 수준이다. 최근 시장 분위기에서 케이뱅크가 기대만큼 높은 평가를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케이뱅크의 연내 상장은 쉽지 않다”라면서 “최근 주식 시장 부진과 더불어 특히 성장주 약세가 지속하고 있다. KT 경영진은 낮은 가격으로 상장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토스, 기업공개 한파에 상장 연기
토스와 토스증권, 토스뱅크 등을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기업가치도 하락세다. 토스뱅크의 적자가 주요 배경이다. 토스뱅크는 올 상반기에 124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19일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 서울거래소에서 비바리퍼블리카의 기준가는 4만8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24일 기록한 16만9800원과 비교하면 4분의 1토막 난 수준이다. 현재 토스의 시가총액(기업가치)은 7조1151억원 수준이다.
기준가는 매일 거래된 비상장 주식 주가를 평균해 산출한 값이다. 1대 1거래가 많은 비상장 주식 거래에서 시간별로 주가를 산출할 수 없어 그날 거래된 주식의 가격을 일 평균해 기준가로 산출한다.
당초 비바리퍼블리카는 상장을 약속하고 일정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인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올해 2분기 안으로 마친 뒤 2023년 안으로 상장을 이뤄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토스는 15~20조원의 기업가치를 기대하고 최대 1조원 규모의 프리IPO를 유치하려 했지만, 투자액이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 IPO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2023년에 IPO를 하겠다고 확정 짓거나 계획을 세운 바 없다. 2025년 이전에 적당한 시기를 봐서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라면서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건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글로벌 경제가 얼어붙으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됐다. 기업들은 기대 공모가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상장 시기를 고심하고 있다. 토스 관계자는 “요즘 같은 시장 분위기면 상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 조금 미루는 게 맞는 판단이다”라면서 “시장 분위기도 좋고 회사 상황도 지금보다 긍정적이면 속도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