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때마다 구름 인파…추억 아닌 비극 된 ‘이태원 핼러윈’

축제 때마다 구름 인파…추억 아닌 비극 된 ‘이태원 핼러윈’

청년들 끼 발산하며 즐길 수 있는 축제 많지 않아 몰려
일본·미국·홍콩 등 핼러윈 운영과는 달리 '소홀' 드러나

기사승인 2022-10-31 16:01:40
3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조문을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29일 밤부터 30일 오전까지 직장인 김유리(26)씨의 휴대전화는 쉬지 않고 울렸다. 혹시 압사사고가 일어난 이태원에 간 것은 아닌지 안부를 묻는 지인들의 전화와 문자 메시지가 끊이지 않았다. 김씨는 “이태원은 20대들의 성지”라며 “평소에도 많이 가는데 할로윈데이 주말이다보니 제대로 즐기고 싶어 이태원에 간 친구들이 많다. (우리에겐) 그냥 늘 가던 곳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있나”라고 말했다. 

10월이면 국내 곳곳에서 가을 축제가 열린다. 이태원 압사 참사를 부른 핼러윈은 미국의 축제지만 국내에서도 대중화됐다. 매년 10월31일로 기원전 고대 켈트족이 새해(11월1일)를 맞아 기념하던 축제에서 유래한 것이다. 미국 등 서양권에서 주로 즐기는 행사지만 현재는 코스프레와 결합해 한국과 일본 등 전세계 젊은이들이 즐기는 하나의 이벤트가 됐다. 

청년들이 자신의 끼를 발산하며 즐길 수 있는 축제는 많지 않다보니 서울에서 축제가 열릴 때면 구름 인파가 모인다. 이달 8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진행된 서울세계불꽃축제에는 100만명이 들렀다. 참사가 일어나기 2주 전 이태원 일대에서 열린 ‘지구촌 축제’ 행사에도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청년들에게 핼러윈은 더 특별하다. 기성세대에게는 낯설겠지만 어린시절부터 핼러윈을 경험한 10~20대에겐 익숙한 문화다. 특히 이태원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외국인이 모여 사는 곳으로 10월 말이면 자연스럽게 할로윈을 즐기는 젊은 층이 몰려드는 핫플레이스로 거듭났다. 

때문에 매년 10월말이 되면 이태원엔 많은 인파가 몰린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조치에도 지난해 핼러윈 기간 이태원에는 하루 약 8만명 이상이 찾을 정도다. 참사가 일어난 29일 밤에는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3년 만에 거리두기가 없는 주말이 되면서 그 피해가 컸다.  

20대 직장인 이지연씨는 “어디서 누가 주관을 정해놓진 않았지만 이태원은 매년 핼러윈 축제였다”며 이번 압사 참사를 안타까워했다. 

서울에서 앞서 열린 축제들과 달리 이태원 참사 사고는 행사를 주관하는 주최자가 없었다. 지역 소상공인들과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행사로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이 있어도 주최자가 없으니 신고 대상이 아니었을뿐더러 신고할 단체나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2주 전 이태원 일대에서 열린 지구촌 축제 행사에서는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행사장을 찾았지만 이태원역 중심 도로를 통제하고 각 도로 위에서 각종 행사를 진행했다. 사고가 난 골목은 일방통행으로 통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촌 축제는 관광특구연합회가 주최하고 서울시 용산구가 후원했다. 

29일 밤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서울 이태원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최은희 기자  

하지만 해외는 다르다. 인파가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핼러윈 행사는 자체 매뉴얼에 따라 철저히 대비한다. 

미국의 경우 각 도시에서 교통 금지구역을 지정한다. 핼러윈 기간이면 교통사고가 평소보다 많이 증가하는 등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뉴욕시의 경우 이번 핼러윈 기간 100곳의 거리에 교통을 제한해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한다. 

서울 이태원처럼 핼러윈 때 청년들이 많이 몰리는 일본 도쿄 시부야는 이달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심야 노상 음주를 일시적으로 금지했다. 음식점·편의점에서도 주유 판매를 자제할 계획이다. 또 경찰 경계를 강화하고 교통 규제도 검토한다. ‘DJ폴리스’ 경찰관이 시민들을 일정한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시부야에선 4년 전 핼러윈을 앞둔 주말 주취자들이 트럭을 넘어뜨리거나 면식이 없는 사람들을 폭행해 부상하게 하는 등 여러 사건이 벌어져 핼러윈 기간 길거리 음주를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홍콩의 이태원으로 불리는 란콰이펑은 자체 매뉴얼을 두고 인파가 쏠릴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의 동선과 차량을 경찰이 통제한다. 

막스 플랑크 인간개발연구소의 메흐디 무사드 군중 행동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자발적인 행사로 입장권이 없고 통제되지 않아 재앙이 악화됐다”며 “음악 축제나 종교 순례 때와는 달랐다. 입장권이 없고 계획된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일지, 어느 방향으로 갈지 등에 대해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로 확인된 사망자는 154명이다. 부상자는 중상 33명 포함 총 149명이다. 외국인은 사망자 26명, 부상자 15명이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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