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하기 4시간 전부터 11건의 112신고가 접수됐지만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것은 단 4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진상 규명을 본격적으로 촉구하기 시작했다. 

1일 윤희근 경찰청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고 당일 18시 34분경부터 현장의 위험성과 급박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11건 접수됐지만 사고 예방 및 조치가 미흡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이날 공개한 ‘이태원 사고 이전 112 신고 내역’ 자료에 따르면 첫 신고는 29일 오후 6시 34분에 이뤄졌다. 당시 신고자는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다”며 통제를 요청했다. 이때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 인파가 줄어 사고 발생 위험이 적다고 판단해 해산시킨 뒤 상황을 종결했다고 해명했다. 

이후에도 4시간 가까이 압사 가능성을 언급하는 신고가 잇따랐다. 그러나 경찰은 총 11건의 신고 중 4번만 현장에 출동해 인파를 해산하는 데 그쳤다. 

사상자가 속출하기 시작한 10시 이후에도 신고가 경찰에 들어갔지만, 경찰은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 

경찰은 11건의 신고 접수와 관련된 경찰관들을 상대로 당시 상황 대응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감찰 결과 직무유기나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수사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경찰의 늑장 대처를 확인 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라”며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진상을 밝혀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개된 녹취록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경찰과 소방당국이 당시 어떤 신고를 받고 어떤 조처를 취했는지 낱낱이 국민 앞에 밝혀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은 이날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112신고가 대략 오후 6시부터 1건이 접수되기 시작한 것은 맞다”며 “일반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불편 신고 정도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후 6시만 해도 불편 정도의 운집도였던 것 같고, 그런데 시간이 계속 증가하면서 특히 오후 9시에 다다르면서 심각할 정도의 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며 “지금 하나하나 저희가 찾아보고 그 다음 현장 경찰관들하고 사실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