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상승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보험업계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저축성보험의 금리가 올라가면서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들은 자본확충이 어려워 고민이 커지고 있다.
5%대 저축성보험 속속 출시…“릴레이 당분간 이어질 듯”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이르면 오는 11월 중 금리 5%대 저축성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저축성보험은 은행의 정기예금이나 적금과 비슷하지만 사망보장과 같은 보험상품의 특성이 합쳐진 상품으로 5년 이상 납입하고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앞서 이경섭 한화생명 영업추진팀장은 지난 31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금리상승이 이어진다면 4.5%보다 더 높은 금리를 갖춘 저축성보험을 내놓을 수 있다”라며 “이차 중심의 손익을 바탕으로 적정 금리 수준과 물량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의 저축성보험 금리가 약 5.4%로 책정될 것이라 보고 있다. 앞서 IBK연금보험이 지난 19일 5000억원 한도로 금리 5% 저축성보험을 출시한 바 있는데, 한화생명이 ‘5%대 저축성보험’ 릴레이에 합류한 것. IBK연금보험 이외에도 ABL생명도 현재 5%대 저축성보험 출시를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저축성보험 금리 상승은 연말까지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생보사 관계자는 “저축성보험의 해지는 주로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는 10년 단위로 진행되는데, 지난 2012년 저축성보험이 많이 판매된 이후 해지할 시기가 됐다”며 “기존 고객이 상품을 해지하고 재가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저축성보험의 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이 최근 업계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함께 최근 자금조달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만큼 자본확충을 위해서라도 보험사들은 연말, 혹은 연말 이후까지 저축성보험 판매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축성보험 금리경쟁 뒷면에는…‘자본확충’ 어렵네
실제로 레고랜드로 촉발된 채권시장의 경색은 보험업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먼저 3분기 기준 실적이 발표된 한화생명과 NH농협생명, DGB생명 모두 RBC비율이 떨어진 상황이다. 한화생명의 3분기 RBC 비율은 157%로 전분기 기록한 167.6% 대비 10.6%p 떨어졌다. NH농협생명도 3분기 RBC 비율이 107%로 전분기 기록한 185%에서 78%p 급락했고, DGB생명도 RBC 비율이 2분기 165.8%에서 3분기 113.1%로 52.7%p 내려갔다.
보험사의 RBC 비율이 하락한 것은 3분기 들어 채권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보유 중인 채권의 평가손실이 늘었기 때문이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해 말 2.26%에서 9월 말 4.08%로 10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유 채권의 평가손실이 늘면서 자본금이 낮아지고, 덩달아 RBC비율도 급락하게 된 것.
이를 해결하려면 자본확충 진행해야하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보통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자본확충을 하는데, 채권시장이 불안정해진데다가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도 큰 현 시점에서 무리하게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한화생명도 지난 9월24일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 일정을 잠정 연기한데 이어 1일 흥국생명도 5억달러 규모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잠정 연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 발행 대신 저축성보험을 통한 자본확충을 진행하고 있는 것.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기존 고객들이 대거 이탈할 경우 무리하게 증권발행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실적과 자본건전성, 자본확충 모두를 얻을 수 있는 저축성보험의 판매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