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징후 有...참사 관리·대응 총체적 실패” [쿠키인터뷰]

“재난 징후 有...참사 관리·대응 총체적 실패” [쿠키인터뷰]

[인터뷰] 조성일 르네방재정책연구원장 ①

기사승인 2022-11-11 06:01:01
조성일 르네방재정책연구원장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11일로 14일째. 국가가 정한 애도의 시간은 끝났다. 하지만 참사를 둘러싼 원인규명, 책임자처벌, 사후대책 마련 등을 위한 시간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쿠키뉴스는 앞서 기획보도 [또다시, 참사]를 통해 비극의 원인과 대응과정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지난 9일에는 조성일 르네방재정책연구원장과의 화상인터뷰를 통해 이태원 참사 전반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재난안전 전문가 시각에서 구체적으로 살펴주기를 부탁했다. 조 원장 인터뷰는 1~2편으로 나눠 게재한다. [편집자 주]
경찰통제선이 쳐진 이태원 참사 현장.   사진=임형택 기자 
조성일 원장은 인터뷰 당일 아침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았단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목격한 뒤 겪은 트라우마(심리적 외상) 탓에 잠시 현장방문을 주저했다는 그는 수많은 청년들의 죽음 앞에서 먼저 고개를 숙였다고 전했다. 미래세대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기성세대이자 재난안전문가로서의 책임감 때문이다.

그는 우선 이번 참사가 우리나라 재난 대응 시스템 전체의 허술함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외에서 일어난 사고를 타산지석 삼아 대비하지 않은 안전당국의 좁은 시야를 비판했다.

주목한 국외 사고는 지난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이 위로서한까지 보낸 이스라엘 종교행사 압사사고와 미국 래퍼 트래비스 스캇 공연 압사 사고다. 두 사고로 44명과 8명이 각각 숨졌다.

조 원장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사고 원인이 이태원 사고가 겹친다고 설명했다. 그가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참사 당시 상황은 어떨까.

조 원장은 “사람의 면적을 평균적으로 어깨 넓이는 60cm, 가슴에서 등까지 길이는 30cm로 본다”며 “30 곱하기 60cm 하니까 0.18㎡가 나오는데 이게 5명이 되면 1㎡ 90%를 차지한다”며 참사 당시 1㎡ 당 6~7명이 들어서면서 압사위기 상황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1㎡ 당)평균적으로 6명을 넘어서면 몸이 압박을 받는다”며 “사람들이 몸이 눌리는 상태를 ‘군중 압착’(crowd crush)이고 하고 이 상태에 6명이 들어 가면은 ‘위험이 이제 시작이 된다’, 이렇게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수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압사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동시에 독일 드레스덴 대학의 더크 헬빈 교수께서 말한 ‘군중난류’(crowd turbulence)라는 용어도 소개하며 참사 당시 군중의 움직임을 물과 공기의 흐름에 비유했다.

그는 “홍수 때 물의 흐름을 갖고 와 보면 되는데 군중도 1㎡에 5명~6명이 들어가면 유체로 작용을 한다”며 “개별적으로 내 뜻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 인파가 그냥 마치 유체인 것처럼 그 물결, 파도에 따라서 내 뜻대로 못 움직이는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상태가 되면 사람이 순조롭게 가는 게 아니라 옆으로 밀려나게 된다”며 “자료를 보니까 12m 이상도 밀린다고 한다. 공중에 붕 떠서 밀려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그런 상태에서 넘어지면 압착되어 있던 힘들이 압력들이 한꺼번에 쏠리는 작용을 하니까 연쇄적으로 사람들이 넘어져서 포개지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조 원장은 “이스라엘 얘기도 했지만 이태원은 특징적인 게 좁은 골목, 좁아지는 골목 경사로였고, 바닥에 뭔가 흘려져 있었다, 더 넘어지기 쉬운 상황이 됐던 것”이라며 “(미국)스콧의 공연이랑 공통점을 본다면 음악이 시끄러워서 가뜩이나 사고가 있을 때 위험 신호가 뒤로 전달이 안 되는데 주변에 시끄러운 음악 때문에 위험 신호가 더 뒤로 전달이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징후가 있음에도)사전 대비가 부족했다. 재난 징후라는 게 있을 수 있는데 이것을 관리하고 대응하는 데 총체적으로 실패했다”고 한탄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애도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모든 재난을 예측할 수는 없다’는 일각의 회피성 발언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난 유일무이했던 사고다 했으면 그 얘기가 맞는데 불과 1년 반 전에 이스라엘에서 일어났지 않은가”라며 “이스라엘이 후진국도 아니지 않은가. 이스라엘에서 종교 행사가 코로나 때문에 막혀 있었다가 열렸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사고가 났다. 그런데 거기서 아무런 교훈도 못 찾아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아쉽고 (대처가)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이웃나라 일본이 이태원 참사를 분석하고, 곧바로 자신들의 재난대응 매뉴얼에 적용시키는 발 빠른 움직임을 소개하며 이제로 이 같은 시스템을 우리나라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으면 이 도시에서 잠재돼 있는 위험, 계속 변화하는 위험 새로운 위험들에 대해서 대비를 못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현대사회 특히 서울과 같은 거대 도시. 부산, 인천, 광주, 대구 다 마찬가지다. 많은 위험들이 잠재돼 있다”며 “만약 그 (이태원)골목에서 불이 났으면 이번에 참사가 어떻게 됐을까 이런 걱정을 해본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우리나라 인프라가 아직은 건강한 편인데 자꾸 지금 미국처럼 노후화되고 있다. 늙어가고 있다. 이것은 계속 자라나는 위험”이라고 짚었다.

그가 짚은 새로운 위험은 새로운 게 아니다. 당장 지하철, 버스, 에스컬레이터 등 혼잡도가 높은 장소에서 제2의 이태원 참사를 예감했다. 이를 막기 위해서 출퇴근 혼잡시간대 특정 연령대의 교통수단 이용을 요금조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제한하거나 혼잡도를 피해 업무를 볼 수 있는 공유사무실을 교통거점마다 마련하는 대안도 고민하고 있다.

◆조성일 원장은? = 서울시설공단 이사장, 서울시안전실장 등을 지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현장 등 대형재난사고 현장을 경험했다. 공직생활을 마친 뒤 르네방재정책연구원을 설립한 국내 안전정책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명이다.

쿠키뉴스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시민과 함께 슬퍼합니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언론이 해야 할 일을 하겠습니다. 

손대선 편집위원, 정리 민수미 기자 sds1105@kukinews.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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