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완화 본격화…‘문어발’ 딜레마는 숙제

금산분리 완화 본격화…‘문어발’ 딜레마는 숙제

일부 업종 제외하면 전면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 유력
금융지주 환영 입장…기존 업권과 충돌 피하기 힘들어

기사승인 2022-11-17 06:10:09
신한은행의 땡겨요 홈페이지.

시중은행이 비금융 사업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는 ‘금산분리 완화’ 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자동차 등 대형 제조업 일부를 제외한 모든 산업 분야에 진출할 수 있게 하는 ‘네거티브 방식’이 검토되고 있는 만큼 금융과 산업간 다양한 접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거대자본이 중소규모 산업에 진출하게 될 수 있게 되는 만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제4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금산분리 및 업무위탁 제도개선 방향’을 논의했다고 15일 밝혔다. 

현재 금융회사가 비(非)금융 업무를 수행할 때는 관련법에 규정된 업무만 할 수 있다. 현행 은행법에선 은행이 관련 업종이 아닌 회사에 15% 넘게 출자하는 게 금지돼있다. 여기에 은행의 자회사로 가능한 업종은 은행업감독규정에서 15개 금융 관련 분야로 한정하고 있는 상항이다.

금융위원회는 국회에서의 법령 개정이 이뤄질 수 있다면 일부 업종을 제외한 모든 산업 진출을 허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큰 공장을 운영해야 하는 반도체·자동차 등의 제조업처럼 많은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산업 진출은 막을 계획”이라며 “비금융 자회사의 부실이 금융그룹 전체의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외의 산업 분야는 서비스 질 향상을 통해 국민 편익을 높이는 취지에서 가능한 한 개방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금융당국은 세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상품 생산·제조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전면 허용하는 포괄주의(네거티브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전면 허용을 하되, 자회사 출자 한도와 같이 위험총량 한도를 설정해 비금융업 리스크를 통제하는 방식이다. 

금융권에서는 그간 핀테크와의 경쟁에서 밀렸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며 환영하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와 시중은행에서 반가운 기색이 역력하다. 이미 KB국민은행 ‘리브엠’이나 신한은행은 배달앱 ‘땡겨요’를 각각 운영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의 별도 심사를 거쳐 2년마다 사업자 지정을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된다면 두 은행 모두 별도의 심사 없이 자유롭게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되는 셈.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리브엠.

여기에 금융지주사 차원에서도 각각 점찍어뒀던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된다. 먼저 KB금융지주는 알뜰폰에 이어 위치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티맵 서비스 분야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해 티맵 모빌리티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은 후 지난 8월에는 전략적 투자 계약까지 체결했으며, 티맵 모빌리티에 2000억원 규모로 신규 투자까지 진행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티맵모빌리티 지분을 8.3% 보유한 4대 주주가 됐다. 국민은행은 이번 투자를 통해 티맵모빌리티 서비스와 연계한 결제 및 보험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신사업 기회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땡겨요’를 운영하고 있는 신한금융은 생활금융플랫폼으로의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신한금융의 자회사 신한라이프는 헬스케어 플랫폼 ‘하우핏’을 이미 운영하고 있으며, 1인가구 중심의 기업형 코리빙 시장 홈즈컴퍼니와 업무협약을 맺는 등 외연확장에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하나금융그룹은 기존 금융서비스를 통해 구축해둔 자료를 바탕으로 인력 중개나 광고와 같은 서비스산업에 진출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다만 금산분리가 진행된 이후 거대자본의 ‘골목상권’ 침탈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알뜰폰 업계가 걱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리브엠의 예시를 들자면 리브엠은 2019년 리브엠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망 이용대가 3만3000원인 무제한 요금제를 2년간 최저 2만2000원에 제공했다. 가입자당 1만원에 달하는 손해를 보는 셈이지만 KB국민은행 고객들에게 다양한 금융 상품을 팔 수 있어 손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통신업체들은 같은 통화·데이터량 기준 4만4000원에 서비스하고 있어 요금으로는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금산분리라는 것은 금융회사가 디지털화, 신기술 도입 등에 원활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다만 거대 자본으로 분류되는 금융지주가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권에서 반발이 심할 것이라 예상되는 만큼, 양측간의 조율 과정이 함께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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