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는 이태원 참사를 세월호 시즌2로 만들려하나”

“우리 정치는 이태원 참사를 세월호 시즌2로 만들려하나”

조정훈 “민주당, 당 대표 향해오는 대장동 수사에 관한 관심 희석 목적”
“국민의힘, 여소야대 예산 통과시키기 위해 협상”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고인들과 희생자들은 정작 외면” 양당 싸잡아 비판

기사승인 2022-11-25 09:29:33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연합뉴스 

“왜 우리 정치는 이태원 참사를 세월호 시즌2로 만들려고 합니까?”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지난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계획서 상정에 앞서 반대 토론에 나서 “고성과 막말의 유혹을 못 이긴 정치인들과 극렬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정쟁의 소용돌이가 될 가능성이 너무 크다”고 국회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추진을 반대했다. 

조 의원은 “국정조사는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남겨진 우리들, 그리고 우리 정치는 이를 악물고 이 참사를 정쟁의 소재로 소진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실체적 사실 확인과 엄중한 책임,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결과적으로 사실 규명, 책임자 처벌, 대안 제시라는 측면에서 모두 유의미한 흔적을 남기지 못했다. 그 대신 우리 정치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교훈 한 가지를 남겼다고 믿는다. 바로 국민의 생명을 정쟁의 소재로 삼는 참사 정치의 가장 큰 희생자는 바로 유가족과 희생자라는 것, 그리고 국민은 국가는 산산조각으로 분열된다는 것”이라며 “왜 우리 정치는 10월 29일 핼러윈 참사를 ‘세월호 시즌2’로 만들려고 하느냐”라고 과거 ‘세월호 국정조사’를 들어 국정조사 반대 근거를 제시했다.

조 의원은 이번 국조에 대해 “희생자를 위한 진심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조사에 참여할지 말지가 결정된 것 아닌가”라며 “한쪽은 당 대표를 향해오는 대장동 수사에 관한 관심을 희석하기 위해서, 또 한쪽은 여소야대 예산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협상하면서 고인들과 희생자들이 중심에 있었는지 묻고 싶다”며 여야를 동시에 직격했다. 

조 의원의 반대 토론 직후 본회의에 상정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계획서' 승인의 건은 재석 254인 중 찬성 220인, 반대 13인, 기권 21인으로 통과됐다. 조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다음은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반대토론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김진표 국회의장과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 시대전환 조정훈입니다.

저는 10.29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를 반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번 국정조사가 정치조사가 되어 또다시 희생자와 유가족을 정쟁의 소용돌이로 끌어들이고 국민적 분열을 조장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태원 참사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처절하게 분명합니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절박함이 너무나 빈곤한 사회이다.’

‘158명의 생때같은 젊은이가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서 압사당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 시스템이 부실한 사회이다.’

‘깔려 죽을 것 같다는 112 신고가 빗발쳐도 긴장감 하나 없이 태연할 수 있는 권력자들이 곳곳에 존재하는 사회이다.’

결국, 대한민국은 생명에 대한 가치도, 시민 안전대책과 시스템도 이를 운영하는 권력자들의 자세도 처참할 만큼 부재한 사회였습니다.

동배선배 의원 여러분, 

그럼 우리는 이제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요? 나라와 공동체를 대신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할 정치는 그리고 국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믿습니다.

남겨진 우리는, 그리고 우리 정치는 이를 악물고 이 참사를 정쟁의 소재로 소진하지 말고, 신 실체적 사실확인, 엄중한 책임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행하지 않도록 안전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이 국정조사 안은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의원 생활을 오래 하신 선배 의원님은 저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국회의 국정조사는 사실관계를 밝히는 데도 큰 실효가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대신 고성과 막말의 유혹을 못 이긴 정치인들과 극렬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정쟁의 소용돌이가 될 가능성이 너무 크다는 것을 말입니다.

왜 우리 정치는 이태원 참사를 세월호 시즌2로 만들려고 합니까?

저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2014년에 세계은행 파견으로 예루살렘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확인한 뉴스 속보를 보면서 그 아픔이 8,159km 떨어진 예루살렘에도 고스란히 전해 왔습니다. 학창 시절 가장 기대되고 설레었을 수학여행에서 삶을 마친 고등학생들에게 미안함과 죄스러움을 느끼지 않았던 국민은 단언컨대 한 사람도 없었을 것입니다.

모든 국민들이 진상규명을 원했고, 그래서 국회에서 아무런 이견 없이 국정조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실 규명, 책임자 처벌, 대안 제시란 측면에서 모두 유의미한 흔적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대신 우리 정치가 반드시 배워야 할 교훈을 남겼습니다. 바로 국민의 생명을 정쟁의 소재로 삼는 ‘참사 정치’의 가장 큰 희생자는 다름 아닌 유가족들이고 분열된 국가라는 것입니다.

이번 이태원 참사의 국정조사에 이르기까지 과정은 어땠습니까?

합의 과정에서부터 희생자를 위한 진심이 아닌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조사에 참여할지 말지가 결정되었습니다. 당 대표를 향해오는 대장동 수사에 대한 관심을 희석하기 위해 여소야대 국회에서 내년 예산 통과를 위한 정치적 협상 과정에서 과연 고인들과 희생자들이 중심에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정쟁의 가능성은 압사 사고의 원인과 책임자를 밝혀야 할 45일간의 조사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입니다.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엊그제, 유가족분들께서 기자회견을 하셨습니다. 진정한 사과를 첫 번째 요구사항으로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정치인으로서 송구했고 기성세대로서 부끄러웠습니다. 그런데 기자회견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고선 정말로 가슴이 아팠습니다.

“애도를 강요받았다, 누가 가라고 강요했나? 정치 장사 하지 마라”

유가족분들을 향한 불편한 마음과 비난의 댓글이 이미 적지 않게 달리고, 또 이 댓글을 향해 “막말하지 말라”는 공격의 댓글로, 분열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유가족 분들은 아무 잘못 없다, 정치 때문에 변색되었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저는 댓글을 단 분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 참사를 지켜보는 국민을 분열시킨 정치가 문제입니다. 우려컨대 국정조사는 이 분열을 더욱 증폭시킬 것입니다.

오늘 저녁에는 우리 국민 모두가 하나 되어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 모일 겁니다. 그런데 주말이 되면, 모두가 하나 되었던 그 광화문 광장에서 어떤 이들은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또 어떤 이들은 대통령을 지지하는 맞불집회를 열겁니다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씩 차분하게 나아가야 합니다. 경찰의 자체 수사가 미진하면 검찰의 추가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우선적으로 밝혀나가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사당국이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정황이 발견되면, 국회는 특검을 하면 됩니다. 혹시나 여당이 이를 반대하면 제가 속한 법사위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진행하기 위한 찬성표를 기꺼이 던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지금도 많이 늦었지만 158명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지는 데 인색함이 조금도 없어야 할 것입니다. 아직까지 내탓이오 정치적 책임지겠다는 사람 하나 나서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라는 업은 무한책임이라는 책임감도 자존심도 이 정부에는 없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 국회는 다시는 어처구니없는 안전사고를 대한민국에서 멸종하기 위한 법과 제도 개혁에 온 힘을 모아야 합니다.

정말 이런 희생을 치르고도 또다시 안전사고가 발생한다면 우리 기성세대들은 무슨 면목으로 158명을 하늘에서 만날 수 있겠습니까.

제 토론을 마치기에 앞서 제가 지난 국정감사 과정에서 연락을 주신 고 이 예람 중사의 아버님과 최근 나눈 대화를 전하고자 합니다. 혹시나 참사를 당한 유가족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다들 아시는 대로 고 이 예람 중사는 겪어보지 않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비극을 겪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아버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내가 우리 딸 예람이를 위해 싸우는 것은, 책임자에 대한 단호한 처벌은 물론이지만, 이러한 억울한 죽임을 당한 젊은이와 유족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다시는 이런 아픔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저는 감히 생각해 보건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과 유가족분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국회에서 오가는 고성과 비난이 아니라 유가족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이번 참사 이후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치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지만 수백 명의 억울한 국민이 희생된 참사 앞에서만큼 우리 모두 대한민국이라는 국적이 각자의 당적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되새겨 봅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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