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고통에 시달리다 끝내 비극으로 이어지는 사건들이 최근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수원 세 모녀부터 신촌 모녀까지, 이들은 빚의 굴레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하고 비극을 맞이했다. 빚의 늪에 빠진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채무조정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이들에게까지 손길이 미치지 못 해 안타까움을 남긴다.
정치권과 지자체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생활고를 겪던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모녀는 10개월 치 월세가 밀려 보증금이 모두 공제된 상태였다. 집 앞에는 연체된 5개월 치 전기료 고지서 등 각종 공과금 미납 고지서가 쌓여 있었다. 여기에 모녀는 수천만원의 카드대금을 연체해 금융연체 정보가 등록돼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수원 세 모녀도 빚 고통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지병과 빚으로 생활이 어려웠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세 모녀는 빚에 시달리며 병원비와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빚 독촉에 시달려 거주지를 옮겨 다닐 만큼 빚으로 어려운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빚에 시달리는 이들을 구제할 방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빚이 빚을 불리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채무조정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채무조정제도는 대표적으로 신용회복위원회와 법원의 제도가 존재한다.
신복위는 개인채무자의 채무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조직이다. 주로 개인 채무의 상환기간을 늘려 매월 갚아야 하는 상환금을 낮춰주는 채무조정을 지원한다. 채무자의 소득이 200만원인 상황에서 매월 300만원씩 갚아야 하는 빚이 있다면 상환기간을 늘려 매월 100만원씩만 갚고 100만원은 생활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오랫동안 갚지 못한, 갚을 능력이 없는 채무의 원금을 탕감해주는 경우도 있다.
신복위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대표적으로 신속채무조정, 프리 워크아웃, 개인워크아웃 등으로 구분된다. 신속채무조정(연체이자 15%‧카드이자 10%까지 감면)은 연체기간 30일 이하, 프리 워크아웃(연체이자 8%까지 감면)은 연체기간 31~89일, 개인워크아웃(원금최대 70% 탕감)은 연체 90일 이상 채무를 대상으로 지원한다. 특히 장애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은 사회 취약 계층이라면 최대 원금의 90%까지 탕감도 받을 수 있다.
더불어 신복위의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다음날부터 바로 채권 추심이 중단된다. 이를 바탕으로 신복위가 설립된 2002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총 209만여명이 채무조정을 신청했고, 이 가운데 89.3%인 187만여명이 조정을 받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길을 찾았다.
개인 간 사채나 세금 체납 등 비금융권 채무의 경우 법원의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활용해야 한다. 개인회생은 소득이 있을 경우 원금을 일부 감면받고 빚을 갚아나가는 방식으로 신복위의 개인워크아웃과 유사하다. 파산은 채무자의 재산을 모두 처분하고 남은 채무를 면제받는 방식이다.
다만 신복위나 법원의 채무조정은 모두 신청주의 방식이다. 채무자가 직접 채무조정을 신청할 때 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법원 채무조정의 경우 변호사 비용이 발생해 취약계층에게는 신청의 문턱이 높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가 수원이나 서대문 모녀에게까지 온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신복위 측은 채무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경우 일단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유했다. 신복위 관계자는 “개별건 마다 상황이 달라 요건이 부족할 경우 채무조정 접수가 어려울 수도 있다”며 “일단 상담센터 쪽으로 예약을 잡고 센터를 방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장기간 연체된 채무이고, 사회취약계층이라면 원금탕감도 가능하다”면서 “기본적으로 상환기간을 늘려 채무를 상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