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인상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미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경우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부담도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한국의 기준금리 최고 수준을 3.5% 안팎으로 보고 있다.
파월 의장은 30일(현지시간) 브루킹스 연구소 주최 연설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완화할 시기가 빠르면 12월에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오는 13일부터 이틀간 열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한 번에 0.5%p(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에 나설 수 있다는 발언이다.
다만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을 언급하면서도 최종 금리가 높아질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는 “일부 진전에도 물가 안정을 회복하려면 갈 길이 멀다”라며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한동안 제약적인 수준의 정책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2023년에는 지난 9월에 예상한 것보다 약간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0.75%p. 12월 미국이 5연속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경우 금리차이는 1.5%p까지 벌어진다. 파월의 발언처럼 빅스텝이 단행되면 금리차이는 1.25%p로 줄어든다. 여전히 1%p 넘는 차이를 보이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떨어졌다는 점에서 향후 금리차 축소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간다.
시장에서는 한국의 기준금리가 3.5%에서 멈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JP모건은 “한은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실질 정책금리 인상에 따른 긴축 영향을 기다리며 내년 1월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3.5%에서 중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무라증권도 한은이 내년 1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해 3.5%에서 인상 흐름을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은도 기준금리 정점을 3.5%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4일 “이번에 금리가 3.25%로 올라가면서 중립금리의 상단이나 이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진입한 상태”라며 “최종 금리인상 상단은 대다수 금통위원들이 3.5%로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30일 로이터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는 “불확실성이 많지만 상황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현재 3.25%인) 금리 인상을 아마도 3.5% 안팎에서 끝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 긴축 속도를 재검토하고 집값을 연착륙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준의 FOMC 정례회의는 오는 13~14일(현지시간) 열린다. 한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는 1월 13일 개최될 예정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