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4개월만에 늘어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에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의 속도조절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어 앞으로 외환보유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할지는 미지수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2년 11월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161억 달러로 전월말(4140억1000만 달러)보다 20억9000만 달러 증가했다.
외환보유액은 올해 3월(-39억6000만 달러), 4월(-85억1000만 달러), 5월(-15억9000만 달러), 6월(-94억3000만 달러) 4개월 연속 감소했다. 7월(3억3000만 달러) 반등했으나 8월(-21억80000만 달러)부터 다시 줄어들기 시작해 9월(-196억6000만 달러), 10월(-27억6000만 달러)까지 3개월 연속 줄었다.
지난달 외환보유액 증가는 달러화 가치 하락에 영향을 받았다. 지난달 말 기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 달러화 지수인 달러인덱스(DXY)는 106.82로 전월(110.75)보다 3.5% 떨어졌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10월 말 1424.3원에서 11월 말 1318.8원으로 7.4% 하락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증가에 대해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감소에도 불구하고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이 늘어난 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당국의 환율 시장 개입이 줄어든 것도 외환보유액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당국은 원·달러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보유액을 헐어 환율 하락을 유도해 왔다. 지난달 환율이 1300원대에서 안정을 찾으면서 당국의 개입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외환보유액이 지난달과 같이 앞으로 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현재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미국의 긴축 속도조절이 시장 기대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와 우려를 더한다.
미국 노동부가 2일(현지시간) 발표한 내용을 보면 지난달(11월) 미국의 비농업 신규 고용은 26만3000개 증가했다. 이는 앞서 시장에서 전망한 20만개를 뛰어넘는 수치로 연준의 긴축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미국의 시간당 평균 임금도 전년 동월 대비 5.1% 증가해 시장 전망치(4.6%)를 크게 상회했다.
우리금융은 “미국 고용지표 호조로 인한 연준 긴축 경계, 위험선호 부진이 다시 부상하며 (원․달러 환율의) 상승 시도가 예상된다”며 “높은 임금상승률과 견고한 수요로 인해 연준이 긴축 시나리오를 더 공격적인 경로로 수정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부상한 만큼 현수준에서 달러화 추가 약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