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약 개발에 열 올리는 제약바이오

동물약 개발에 열 올리는 제약바이오

넥스모스-대웅, 에이치엘비, 지엔티파마 등 제약바이오업계 참여 증가
인지개선·당뇨·항암제 등 전문의약품 타깃…사람약 임상 연장선

기사승인 2022-12-06 09:00:05
픽사베이

제약바이오업계가 반려동물 전문약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업계는 반려동물 전문약 개발 성공으로 매출 확보 및 인체약 개발 동력까지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 동국제약 등 전통제약사 뿐만 아니라 지엔티파마, 넥스모스 등 신생 바이오업계가 반려동물 의약품 개발에 착수했다. 특히 인지기능 개선, 당뇨병, 항암제 등 전문의약품을 중점으로 기존 사람에게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물질을 활용해 임상에 나섰다.

지엔티파마는 반려견 치매치료제로 불리는 인지기능저하증후군(CDS) 신약 ‘제다큐어(성분명 크리스데살라진)’를 지난해 5월 출시, 유한양행과 손 잡고 1300여개의 동물병원에 진입했다. 크리스데살라진은 활성산소와 염증을 동시에 제어하는 다중표적 약물 성분이다.

회사 측은 크리스데살라진이란 물질을 애초 사람의 치매치료제로서 개발 중이었다. 하지만 전임상에서 치매 동물모델에 투여 시, 치매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뇌신경 세포 사멸이 유의적으로 줄어들고 인지 기능이 개선된다는 것을 확인해 동물치료제로 먼저 상업화에 돌입했다.

지엔티파마 관계자는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신약으로 승인받은 크리스데살라진을 치매를 포함 다양한 퇴행성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최근 반려견 뇌수막염에도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인체 치매 치료제로서는 내년 상반기 임상2상에 들어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기업 넥스모스는 대웅펫과 반려견 인지기능저하증후군 치료제 개발 및 제품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대웅펫은 대웅그룹 지주사인 대웅이 출범시킨 반려동물 케어 전문 자회사로, 동물 영양제로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두 기업은 인지기능 저하 원인 물질을 줄이는 ‘NXP031(DNA압타머 복합체)’을 활용해 임상을 진행한다. NXP031은 항산화 기능이 있는 물질로서 동물모델에 적용한 결과 파킨슨병 치료제로서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줬고, 지난 8월 이 같은 결과가 국제 학술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회사측은 이번 신약 개발의 성공 여부에 따라 인체 치료제 임상으로도 적용할 방침이다. 반려견 치매는 사람의 알츠하이머 치매와 증상이 비슷하다. 치매의 원인 물질을 줄이는 ‘NXP031’이 반려견 치매 치료에 탁월한 약효가 입증된다면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으로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심정욱 넥스모스 대표는 “대부분의 치료제 개발은 쥐를 이용한 동물모델 임상이 끝나면 사람에 대한 임상을 진행한다. 그러나 사람 이전에 반려견을 대상으로 한 임상을 진행할 경우 치료제로서의 성공가능성을 예측하고 임상의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웅펫과의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반려견 치매치료제의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경구용 제2형 당뇨병 신약 ‘이나보글리플로진(DWP16001)’을 반려동물 대상 의약품으로도 개발하고 있다. 이나보글리플로진은 당뇨병 기전 중 하나의 SGLT-2 억제제로, 2020년 국내 최초 신속심사대상 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인체 치료제로서는 임상3상을 진행 중이며 동물 치료제 임상은 현재 두 차례의 연구자 주도임상으로 유효성 및 안전성을 확인한 상태다. 인체 치료제 임상 시점과 비교하면 후기 임상단계(임상2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웅제약은 “국내는 반려견용 경구 당뇨약이 없는 만큼 개발된다면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재 개발하고 있는 이나보글리플로진은 2형 당뇨병 환자와, 1형 당뇨견에게  효과가 있다. 인체 치료제로서는 연내 품목허가를 받고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한다. 동물 치료제는 2024년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노터스와 함께 지난 3월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반려견 유선암 치료제 개발을 위한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허가용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아 확증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리보세라닙은 간암 1차 치료제 3상, 선낭암 1차 치료제 2상을 마치고 현재 미국 FDA에 신약허가신청(NDA)을 준비하고 있는 인체용 항암제다. 

에이치엘비는 비임상 중 동물에 대한 유선암 치료 효과를 확인한 뒤 별도 임상계획을 세웠다. 회사측에 따르면 지금껏 승인 받은 동물용 항암제는 국내에는 전무하며 해외에서도 승인 사례가 5개에 그친다. 리보세라닙의 동물 치료제로서 유선암 치료 유효성만 입증한다면 세계 최초 타이틀을 얻을 뿐만 아니라 이후 반려견 대상 범용 항암제로서도 활용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에이치엘비는 이번 확증임상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중 허가 신청에 들어갈 예정이다.

“6조원 시장, 임상도 간단한데 안 뛰어들 이유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약 2조원 규모였던 국내 반려동물산업 시장은 2020년 3조원 규모로 성장했고, 2027년까지 6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동물치료제 경우 임상 한 단계만 거치면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사람의 경우 동물임상 단계인 전임상(비임상), 1상·2상·3상까지 거쳐야 한다. 인체 신약개발은 최소 5~10년이 걸리고 비용도 최저 500억원대에서 최대 조 단위까지 이른다. 동물 의약품은 평균 2년정도 소요된다.

또한 반려동물과 인체 간 약물 작용 유사점이 많은 만큼, 업계는 동물 치료제로서 먼저 효과를 입증하고 인체 치료제 개발로의 연장선을 염두하고 있다. 

동물의약품을 개발중인 한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규모가 큰 기업도 신약을 개발하기에 위험부담이 매우 큰데,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바이오 업체들은 더욱 힘들다. 어차피 신약 개발 시 동물임상은 반드시 거치는 관문이니 이에 효과를 본 약물을 동물치료제로 먼저 출시하고, 그에 따른 매출을 통해 인체 신약 개발하는데 도움을 주는 식으로 전략을 짠기도 한다. 특히 치매치료제나 항암제 등 시장에 많지 않은 신약일 수록 오히려 안전성을 확보하고 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반려동물 전문약은 개발된 것이 별로 없어 성공적으로 제품화가 된다면 매출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반려동물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참여하는 업계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 한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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