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발병 원인 다양·여성 환자 증가 추세

폐암, 발병 원인 다양·여성 환자 증가 추세

적극적 관리와 치료제의 발전으로 장기생존 가능성↑
비흡연, 직업적 발병 늘어나고 있는 폐암 
초기 발견 어렵고 전이가 쉬워 전이성 폐암 환자 10명 중 9명은 5년 내 사망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권고하는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전이성 폐암 환자 사망위험 감소‧5년 생존율 개선 효과 및 장기생존 현실화 확인 
흡연력 30갑년 이상 고위험군 적극적인 관리 필요
건강한 식습관 및 규칙적 신체활동 중요

기사승인 2022-12-07 08:25:01
쿠키뉴스DB

기후변화와 서구적인 식습관으로 폐암의 발병 원인과 대상이 다양해지고 있다. 폐암의 주요 위험요인은 단연 흡연이지만, 세간의 인식과 달리 비흡연자의 폐암 발병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대기오염과 미세먼지,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 등으로 여성의 폐암 발병률은 2015년 이후 연평균 3%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밖에 직업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폐암도 약 7%에 이른다.

세계적인 추세도 유사하다. 비흡연자의 폐암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실제 전 세계 남성 폐암 환자의 15~20%가, 여성 폐암 환자의 50% 이상이 비흡연자로 조사됐다. 

폐암은 발병률(2위)만큼이나 사망률도 높다. 암 사망자수에 있어 남녀 공히 국내 1위를 점했으며, 한국인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위협적인 암종으로 꼽힌다. 국내 남성암 중에서는 폐암으로 인한 사망 분율이 30%에 육박할(27.4%) 정도다. 하지만 2019년 국가암검진사업 도입으로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사례가 늘고, 효과 좋은 항암제들이 개발되면서 임상 현장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 국내 폐암 현황과 변화하는 치료 환경에 대해 알아본다.

초기 자각 증상 없고 전이가 쉬운 폐암… 전이성 폐암 환자 5년 생존율은 10% 불과

폐는 감각신경이 없어 암 덩어리가 자라도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암의 크기가 커져 감각신경이 분포하는 가슴 벽, 뼈 등을 파고드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통증 등의 증상을 느낄 수 있다. 폐암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이처럼 특별한 초기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폐 주변에 모세혈관과 림프절이 많아 주위 조직이나 장기로 쉽게 전이되는 점도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조기에 폐암을 진단받아 완치가 가능한 환자는 전체의 20%에 불과한 반면, 암이 이미 진행돼 다른 장기로 퍼진 ‘전이성 폐암’으로 진단받는 환자는 40% 이상이다. 이 경우 수술이 어렵고 치료 방법 또한 제한적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체 폐암 환자의 70~80%는 폐암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없어 이를 공격하는 비교적 최신의 치료제를 사용하지 못하고 항암화학요법을 유일한 표준치료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항암화학요법은 구토, 탈모 등의 전신적 부작용을 동반해 환자 3명 중 1명(27.1~36%)은 다음 단계의 치료까지 이행하지 못하고 사망하거나 치료를 포기해야 했다. 이런 이유로 전이성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0%에 머물고 있으며, 10명 중 9명은 5년 내 사망한다.

면역항암제 병용용법, ‘완치 기대 지표’ 5년 생존율 2배로… 폐암 장기 생존시대 열려

다행히 전이성 폐암의 치료를 위한 혁신적인 치료제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폐암 환자의 생존율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대표적이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대신, 인체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을 공격하는 기전의 약제로, 병용요법은 면역항암제와 항암화학요법을 함께 사용하는 치료법을 말한다.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종양을 약물에 반응하는 종양으로 바꾸어 치료제 반응률을 높이고, 면역항암제 단독요법 치료 초기에 종종 발생하는 과다진행(Hyper-progression) 등의 위험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특정 유전자 변이가 없는 모든 전이성 폐암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고, 장기적인 추적 연구를 통해 전이성 폐암도 장기생존이 가능함을 지속적으로 입증하며 최적의 치료로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전이성 폐암 환자의 첫 치료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사용했을 때, 기존 치료법 대비 전체 생존기간이 2배 연장됐으며, 환자의 5년 생존율도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2년간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치료를 완료한 환자의 약 70%가 5년 추적 시점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 환자들에게 5년 생존율이 완치의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는 지표임을 고려하면 대단히 혁신적인 결과다. 해당 연구는 지난 9월 유럽종양학회(ESMO 2022)에서 발표됐다.

현재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폐암 전문의들이 참고하는 글로벌 진료 가이드라인(NCCN)에서 전이성 폐암 치료요법 중 가장 높은 등급의, 선호요법으로 우선 권고되고 있다. 국내 진료 현장에서도 활발히 처방되며 장기생존과 삶의 질 유지 효과를 다수 확인하고 있는 만큼, 폐암이 사망률 1위의 오명을 벗을 날도 머지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흡연력 30갑년 이상의 고위험군 적극적인 관리 필요… 식습관 관리하고 규칙적 신체활동 해야

폐암은 현재 국가암검진사업 대상에 포함되어 만 54세 이상~74세 이하의 남녀 중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2년마다 저선량흉부CT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폐암 발병과 치료 후 재발 예방을 목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도 12주의 금연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폐암 발병 고위험군은 정기 검진과 금연을 통해 적극적인 예방 및 재발 방지 관리가 필요하다.

또 흡연력이 없더라도 석면이나 라돈 등 폐암 유발 물질에 자주 노출되는 건물 건설 노동자, 지하터널 암석 채굴자 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특수 근로자 건강검진을 통해 주기적으로 폐 건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평소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건강한 식습관과 신체활동은 암 발병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 붉은 육류나 가공육류, 술 등은 폐암 발생 가능성을 높이기에 가급적 멀리하고, 정기 섭취 시 폐암 발생 위험 감소가 입증된 채소나 과일 등 식물성 음식을 중심으로 영양을 관리해야 한다. 이와 함께 규칙적인 신체활동으로 건강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폐암 예방과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안희경 교수는 “폐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고 사망률이 높은 질병으로 고위험군에서의 조기검진이 중요하다. 다만 최근에는 치료제의 발전으로 전이성 폐암이라도 최선의 치료를 받는 경우 생존율이 매우 개선됐다. 특히 EGFR, ALK 음성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1차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기존 치료 대비 우수한 사망 위험율 개선과 입증된 5년 생존율 개선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전이성 폐암 환자들도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더불어 “평소 정기 검진을 받으며 흡연, 식습관 등 생활습관에 유의하고, 폐암을 진단 받더라도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한다면 희망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폐암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높아져 국내 폐암의 긍정적인 예후 변화로도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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