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으로 여성 임원 비율이 낮은 은행권에서 올해 연말 여풍이 불어 닥칠지 이목이 집중된다. 최근 수협은행에서 여성행장이 선임되고, 미래에셋에서 14명의 여성 임원이 대거 승진하는 등 성평등 인식 성장에 따라 우먼파워가 커지고 있어 변화가 기대된다. 특히 여성 임원 불모지로 남아있는 우리금융지주에서 여성임원이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의 대상이다.
7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4대 은행지주(KB·신한·하나·우리)와 은행의 미등기 임원(3분기 보고서 기준)은 지주 74명, 은행 85명, 총 159명이다. 이 가운데 여성임원은 지주 9명(12.2%), 은행 7(8.24%)명이다. 겸직을 제외할 경우 순수 여성임원은 13명으로 줄어든다.
지주와 은행을 합쳐 가장 많은 여성 임원이 있는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은 겸직까지 8명(12.7%), 겸직을 제외할 경우 6명의 여성 임원이 존재한다. 전동숙 연금본부장, 서혜자 준법감시인, 문혜숙 ESG본부장, 박정림 총괄부문장, 오순영 금융AI센터장(겸직), 허유심 디지털콘텐츠센터장(겸직) 등이 여성임원이다.
신한금융은 겸직 없이 3명(7.7%)의 여성임원이 존재하며, 지주에 김명희 그룹디지털부문장, 은행에 박현주 소비자보호 그룹장, 김혜주 마이데디터유니트장이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나금융은 겸직까지 4명(13.3%), 겸직을 제외하면 3명이 여성임원이다. 지주에 이인영 그룹소비자리스크관리총괄(겸직), 김미숙 그룹인사총괄, 은행에 김소정 디지털경험본부장이 근무 중이다. 비율로 보면 하나금융의 여성임원 비율이 가장 높다.
우리금융은 12명의 지주 임원 가운데 여성임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은행에서는 19명의 임원 가운데 송현주 투자상품전략그룹장 1명만 여성 임원이다. 여성임원 비율은 3.22%로 4대 은행지주 가운데 가장 낮다.
은행권의 여성임원 비율을 두고 그동안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 즉 여성 직원들이 승진에 제한을 받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는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이다.
다만 은행권이 여성 인재 육성 보다는 외부 인재 수혈을 통해 여성임원 비율을 맞추는 ‘땜질식 처방’에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13명의 여성 임원 가운데 내부 출신으로 볼 수 있는 인물은 6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7명은 모두 외부 출신이다.
여성임원 배출에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해명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회 분위기상 그동안 여성인재 육성에 은행권이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당장 여성임원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며 “성평등 인식 상승과 함께 성장한 여성인재들이 늘어남에 따라 점차 여성임원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성임원 비율이 하나의 보이지 않는 사회적 규제처럼 작용하자 남성 직원들을 중심으로 불만도 제기된다. 이에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논의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은행권 한 남성 직원은 “성과에 따라 승진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임원을 만들기 위해 승진자에 이름이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며 “어부지리로 승진하는 사례를 보면 억울함을 느낄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