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약품 천안공장, 오늘부터 부분파업… 임금·연차 합의점 아득

현대약품 천안공장, 오늘부터 부분파업… 임금·연차 합의점 아득

2022년도 임금협상 여전히 공회전
‘무한대 연차’로 생산 차질 VS 악의적 프레임 멈춰라

기사승인 2022-12-13 13:34:06
지난 1일 현대약품 노동조합이 서울 강남구 현대약품 본사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전국제약바이오노동조합

현대약품 노동조합이 오늘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한다. 올해가 한달도 남지 않았지만 노조와 사측은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현대약품은 13일부터 천안공장에서 하루 3시간씩 일찍 근무를 종료하는 부분파업을 진행한다. 천안공장은 현대약품의 유일한 생산거점이다. 현대약품 노조 천안지부는 천안공장 근로자 약 90%가 가입해 조직률이 높다. 때문에 부분파업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 임금인상 4.4% 제시… 노, 듣도 보도 못한 계산법

노사의 의견이 평행선을 벗어나지 못하는 지점은 임금과 연차유급휴가다. 임금의 경우, 사측은 거듭 양보해 최선의 대안을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측은 사측의 일방적인 제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사측은 2022년도 임금 동결을 제안했다. 하지만 10차례 이상 교섭을 진행해 현재 3%의 기본급 인상을 제시한 상태다. 다만 기존 조합원들 이외의 신입사원에게 적용되는 호봉은 삭감하는 방안을 내놨다. 사측 제안에 따르면 41급, 42급 대졸사원 및 전문대졸사원의 기본급은 각각 15만6000원, 14만4000원 줄어든다.

사측은 충분히 타협했다는 입장이다. 현대약품 측은 “기본급 대비 3% 인상과 격려금 20% 지급, 장기근속포상 확대, 장기근속수당 확대, 여비교통비 추가 예산운영, 건강검진 대상 확대 및 기본급 인상에 따른 법적수당 상승 등을 종합하면 실질임금 인상률은 4.4%를 웃도는 수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측의 입장은 다르다. 임금 인상은 사실상 최저 수준이며, 사측이 이례적인 계산방식을 취해 4%대 인상률이라는 눈속임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허성덕 현대약품 노조 위원장은 “회사는 3%이상의 임금 인상률을 제시했다고 말하지만, 이는 일시금까지 합친 금액으로 어떤 회사도 그런 식으로 임금 인상률을 계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창업주 일가가 주식거래로 이익을 보고도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저하하려고 한다며 비판했다.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는 고(故) 이규석 현대약품 창업주의 아들인 이한구 회장의 장남이다. 현대약품 노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앞서 2019년 현대약품 주가가 한참 오르던 시기, 보유주식 40억원어치를 매도해 28억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이는 이 대표의 보유주식 34%에 해당하는 규모로, 지분율은 6.41%에서 4.22%로 떨어졌다는 것이 노조 설명이다.

사 ‘무한대 연차’로 생산 차질… 노, 그런 혜택 누리는 직원 없어

연차유급휴가 축소를 둘러싼 견해차도 크다. 현대약품은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기준법상 보장되는 수준(기본 15일, 최대 25일)보다 많은 연차유급휴가일수(기본 20일, 상한 없음)를 부여기로 했다. 사측은 신규 입사자에 한해 근로기준법상 기준일수인 15~25개의 연차유급휴가를 부여하자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연차유급휴가일수의 상한을 두자는 것.

법률 및 현실과 맞지 않는 연차유급휴가제도가 경영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 사측의 우려다. 현대약품 측은 “현대약품에 재직하고 있는 직원들 중에서는 올해 기준 30일 이상의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직원이 급증하고 있으며, 불과 수년 내에 40개의 연차휴가를 받는 직원도 생겨나게 되고, 근속이 늘어가면서 연차 휴가 일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도한 유급휴가로 말미암아 생산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법적기준보다 지나치게 과도한 연차휴가 제도를 개선하자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지만, 동 개선안의 적용은 기존 직원들의 기득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단체협약 체결일 이후 신규로 입사하는 직원들에게 한정하여 적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측이 우려하는 ‘과도한 유급휴가’를 누리는 근로자는 극히 소수라는 것이 노측 반박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입사 후 3년을 계속근로한 근로자는 기본 휴가일수에 매 2년마다 1일의 가산한 유급휴가를 가산받는다. 즉 연차유급휴가 가산에 상한선을 두지 않았다고 해도, 근로자가 계속근로할 수 있는 기간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유급휴가가 무한정 증가하는 일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허 위원장은 “현재 현대약품 근로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0년 미만인데, 10년을 계속근로하면 가산되는 연차유급휴가는 4일이다”라며 “회사가 주장하는 연차가 30개 이상 되는 근로자는 고등학교 졸업 후 입사해 20년~30년 근속한 분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근로자들은 진급이나 임금 인상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에 근속연수에 따른 차별화된 혜택이 오직 연차 가산밖에 없다”며 “마치 연차를 무한대로 과도하게 누리고 있는 것처럼 악의적으로 몰아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부분파업 공백 본사 직원으로 대체, 위법성 따질것

한편 노측에 따르면 부분파업이 실시되는 기간, 현대약품 본사에서 관리직 및 영업부서 직원들이 파견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으로 발생한 인력 공백을 채워 생산에 차질을 줄이기 위해서다. 노측은 본사 직원 파견에 대해 노동청에 진정을 접수할 계획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 즉 쟁의행위로 인한 인력 공백을 없애기 위해 기존 근로자들 가운데 쟁의행위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의 근무시간을 연장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아르바이트나 일용직 등 외부 인력을 투입할 수는 없다.

현대약품의 본사와 천안공장은 장소적으로 분리되어 있고, 주된 업무나 운영도 상이하다. 따라서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법률이 명시한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에 해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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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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