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잃은 어미의 절규” 이태원 참사 유족 눈물 호소

“새끼 잃은 어미의 절규” 이태원 참사 유족 눈물 호소

유족들, 與‘국조특위 사퇴’에 “같은 부모 입장서 생각”
16일 이태원 참사 49제 시민추모제

기사승인 2022-12-13 13:51:29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의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고 박가영씨 어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어떤 위험한 상황에서도 살아 남아주세요. 부모를 장례식장으로 부르는 일이 없도록 해주세요. (부모는) 여러분들을 위해 대신 살아줄 수가 없습니다”


이태원 참사 49일(16일)을 사흘 앞두고 13일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성역없는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은 유가족의 눈물 속에서 진행됐다. 젊은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들은 “정부는 할 줄 아는 것도 아는 것도 없다”며 정부가 유가족들을 외면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유가족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기자회견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발언 도중 곳곳에서 통곡이 쏟아졌다. 

고 박가영씨의 어머니는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위험한 상황에서도 살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새끼 잃은 어미는 절규한다”며 “앞으로의 미래가 누구에게나 있는 것처럼 살아달라. 천하보다 귀하고 귀한 우리의 보물이다”라고 말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가 아이에게 더이상 해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박씨의 어머니는 “7300일. 아이와 함께한 날짜다. 만 20살 생일에 하늘로 돌아갔다”며 “짧은 생을 마치고 별이 돼 부모의 마음에 박혔다”고 말했다. 방학마다 하루 12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해 모든 1000여만원은 그가 꿈꿨던 유학 자금이 아닌 묫자리에 쓰이게 됐다고도 했다. 

참사 당시 가영씨의 행방을 찾아다녔다는 박씨의 어머니는 “말단 공무원 한 명 나오지 않았고 어떤 상황인지 설명해주는 사람 한 명 없었다. (병원 앞에) 가만 있으라던 용산경찰서장은 끝까지 연락이 없었다”며 “아이의 마지막을 모른다. 여태껏 (정부가) 알려주질 않는다. 무능해도 이렇게 무능할 수가 있는지 답답하고 분노가 치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도 눈물을 흘리며 “제발 명확하게 수사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지한아, 옛날 엄마를 잊어라. 밥 챙겨주고 고운 말을 하며 앞에 나서지 않는 엄마는 잊어라”라며 “명명백백히 밝혀질 때까지 투사가 될 것이라고 (아들의 영정 앞에서) 맹세하고 나왔다”고 다짐했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의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고 이지한 씨의 어머니가 발언 중 눈물을 흘렸다. 사진=임형택 기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은 이상민 행정부장관 해임 건의안 가결 이후 국민의힘 당 소속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전원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국정조사 보이콧 가능성을 보이는 것에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애초 (국정조사는) 합의해줘선 안 될 사안이었다” “겉멋 정치”(장제원 의원) “이태원 참사가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권성동 의원) “나라구하다 죽었냐”(김미나 창원시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의 최근 공개 발언에 대해 분노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래퍼 아들을 둔 장 의원을 언급하며 “지한이 보다 두 살 어린 아들이 같은 연예계에 종사한다. 그 아들이 무사한 것이 제게는 큰 기쁨”이라며 “당신 아들과 내 아들이 같은 골목에 있었다면 국정조사를 반대했을까. 같은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달라”고 했다. 그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도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취재진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협의회 부대표인 고 이주영 씨의 아버지 이정민씨는 “(권 의원이) 세월호의 길을 가지 말라고 하거나 유가족의 슬픔과 아픔을 정쟁이라고 표현한데 깊은 분노를 느낀다”며 “도움이 절실한, 힘도 없는 유가족을 반정부 세력으로 왜 몰아가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유가족이 서로 위로와 치료를 하고 온전한 추모를 하고 싶어하는 단순한 요구가 정부에 부담을 주는 무리한 요구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국민의힘의 즉각적인 국정조사 복귀를 촉구했다. 협의회 대표인 고 이지한 씨의 아버지 이종철 씨는 “(유가족들은) 10월29일 이전의 생활로 절대 돌아갈 수 없는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도 저희에게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국민의힘 국조특위가 전원 사퇴했고 16일 예정된 국정조사가 파행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국민의힘 지도부와 국조특위 위원들은 더이상의 쇼를 멈추고 조속히 특위로 원대 복귀할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명령한다”고 말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이달 16일 오후 6시 이태원역 3번 출구 인근에서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와 함께 ‘참사 49일 시민추모제’를 할 예정이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ㅇ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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