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로 정해진 예산안 처리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이 먼저 감액 위주의 수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여야는 법인세 인하 여부를 두고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고 있어 기한 내 협상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에서는 이대로라면 지역구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국민 감세’를 기조로 정부 예산안에서 약 2조 원 가량 삭감한 자체 수정 예산안을 마련했다. 수정안에는 연 5억 원 이하의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10%까지 법인세 인하, 종합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 월세 세액 공제 상향등이 포함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먼저 수정안에 힘을 싣기 위해 ‘국민 감세’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적 제한 때문에 서민 예산을 증액하지 못하지만, 조세 부담 관련 예산안 부수 법안들에 대해서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 ‘국민 감세’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김진표 국회의장은 오는 15일까지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정부안과 민주당 단독 수정안을 모두 표결에 부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여야 원내대표는 13일 또한번 의장 주재 회동을 가졌지만 입장 차만 주고받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의장께서 올해 9월에 정부 예산안이 와서 각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많은 노력을 해서 성과가 있었지만, 그것들이 전혀 반영이 안 된 민주당 수정안을 하게 되면 또 가까운 시간 안에 추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저희는 일정을 봐가면서 시간이 되는대로 양당 원내대표 혹은 필요하면 추경호 부총리까지 만나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가 안되서 민주당이 수정안을 낼 경우 이 또한 불가피하게 또 추경을 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런 것을 추 부총리나 정부가 방치해선 되겠나”라며 “여야 합의 수정안을 못 내면 김 의장이 공언한대로 더 이상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미룰 수 없기 때문에 15일 본회의를 열어 정부안이든 민주당 안이든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고 했다. 

과반 이상 의석수를 가진 민주당이 단독 수정안을 제출할 경우 국민의힘으로서 수정안 통과를 막을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임에도 국민의힘은 물러날 수 없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세금폭탄으로 (세금을) 잔뜩 올려놓고 조금 깎아주는 걸 서민감세, 국민감세라고 한다”며 “이는 마치 흥부전에서 제비 다리를 부러뜨려놓고 고쳐주면서 선행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또 “(전 정부 당시) 소득주도성장,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문재인케어 건강보험료 2.8% 인상 등을 정상으로 돌리겠다고 법인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낮추고, 금융투자소득세를 유예하자는 걸 (민주당이) 일일이 발목 잡으면서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15일까지도 여야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끝내 민주당의 수정안이 야당 단독으로 표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처리 시한을 넘어 연말까지 협상 시한을 연장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대로라면 협상은 계속 불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시한을 늘려봤자 협상은 안 될 것”이라며 “당 내에서도 15일에 수정안으로 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감액 위주의 수정안이 통과되면 증액을 통한 지역구 예산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수정안이 된다면 민주당 지도부도 굉장히 골머리 아플 것”이라며 “감액을 하고나면 증액을 갖고 지역구 의원들 예산도 챙겨줘야 하는데, 이건 하나도 못하고 다 날아가게 생겼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지역구 예산이 날아가면 지역구 안에서도 부글부글 끓을 것”이라며 “어떻게 감당할 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