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침체·미분양 폭탄 우려..건설사 줄도산 리스크↑

시장침체·미분양 폭탄 우려..건설사 줄도산 리스크↑

기사승인 2022-12-15 06:00:07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송파구와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쿠키뉴스 DB.

주택 가격 침체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며 미분양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가 가속화될 경우 자칫 건설사 줄도산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청약 불패’라 불리던 서울에도 분양시장 한파가 불고 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청약 1순위 경쟁률은 163.84 대 1이다. 그러나 올해 21.5 대 1로 폭락했다. 특히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분양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단촌주공(올림픽 파크 포레온)이 기대 이하의 처참한 성적을 기록하며 청약 경쟁률을 끌어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올림픽파크 포레온 청약은 3695가구 모집에 2만153명이 신청, 평균 경쟁률 5.45대 1을 기록했다. 당초 10만 청약설에 한참 못 미치는 인원과 경쟁률이다. 특히 일부 면적은 2순위 마감에도 실패해 무순위 청약을 진행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분양시장 침체로 아파트 물량이 전국적으로 쏟아지며 미분양 적신호가 켜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7217호로 전월(4만1604호) 대비 13.5% 증가했다. 수도권은 7612호로 전월(7813호) 대비 2.6%(201호) 감소했으나 지방은 3만9605호로 같은 기간 17.2%(5814호) 늘었다. 특히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7077호로 전월 대비 1.6%(112호) 줄었으나 서울은 12.3% 증가했다.

건설사 10년 만에 ‘눈물의 마케팅’ 재연

미분양 물량이 전국 5만호에 달하자 건설사들은 미분양 해소를 위한 마케팅에 나섰다.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고분양가 논란에 분양가 할인에 나섰다. 11억원대에 분양한 전용면적 78㎡는 현재 9억200만원에, 전용59㎡는 11억원대에서 7억4000만원에 재분양을 진행했다.

분양 계약 시 현금 지원 마케팅도 등장했다. 서울 구로구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는 계약금 10% 입금 시 이후 중도금 40%(4회차) 무이자 혜택과 한 달 안에 3000만원을 지급, 발코니 확장 공사 무상 제공 등에 나섰다. 앞서 건설사들은 10여년 전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눈물의 마케팅’을 벌인 바 있다. 당시에도 분양가 할인과 각종 경품을 제공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시장 침체가 지속돼 건설사들이 줄도산 했었다. 지난 2011년에도 동양건설산업, 삼부토건 등 중견건설사들이 PF 만기 연장 합의에 실패하면서 잇단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바 있다.

현재 건설업계 상황은 10여년 전과 유사하다. 현재 건설사의 경우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가 중단돼 자금난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부동산PF 위기 원인 진단과 정책적 대응 방안’ 보고서를 보면 지난 10월 기준 40개 업체의 사업장 233곳 중 31곳이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지연 혹은 중단 이유로는 ‘PF 미실행’이 66.7%를 차지했다.

내년 부동산 시장 트렌드 청약보다 매매 우세

더욱이 내년에도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와 집값 하락 전망이 우세해 부동산 시장 전망은 어두울 것으로 전망됐다. 직방이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1293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60.2%(778명)만이 내년에 주택 매입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내년도 주택 매입 계획이 있다 응답한 778명 중 신규 아파트 청약을 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23.7%에 불과했다. 반면 기존 아파트를 사겠다는 50.5%를 차지했다. 이는 예비 청약자들이 이자 부담 등으로 신규 청약보다 가격이 하향 조정 중인 기존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거래절벽과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건설사 관계자들도 우려를 표했다. 건설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잘 될 때는 입지만 좋아도 잘 팔렸는데 지금은 부동산 시장 흐름이 완전히 꺾였다”며 “업계 전반적으로 분양 물량을 줄이고, 전략에 대해 더 고심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분양 시 초기 금전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도금 이자 후불제 등을 하고 있다”며 “내년 초에 상황을 보고 전략을 새로 짤 것”이라 말했다. 내년에 분양을 앞둔 국내 A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흐름과 매매·분양 시장도 함께 따라가기에 내년에도 시장이 안 좋다면 둘 다 안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둔촌주공이 무순위 청약으로 이어진다면 내년에 분양을 앞둔 건설사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분양하는 물건 계약률이 저조하다면 마케팅 방향에 대해 고려해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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