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지난 6개월(5월~10월) 동안 실시한 ‘고용보험 부정수급 기획조사’에서 269명의 부정수급자와 부정수급액 25억7000만원을 적발했다.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전국 기획조사에서 수십억 원의 부정수급액이 적발된 만큼 고용보험 신고 제도·관리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고용보험사업 부정수급 의심 유형을 대상으로 전국에 고용보험수사관을 투입해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주 공모형 3.4배, 브로커 개입형 2.3배, 5인 이상 공모형 1.7배의 적발금액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전국에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포함해 총 6개의 노동청이 있다. 6개의 지방청은 각각 본부 주도하에 같은 기간에 고용보험 부정수급 관련 심사를 진행해왔다. 지난해도 고용보험 부정수급 관련 기획 조사를 실시했지만, 전국으로 확대해 6개의 지방청이 합동으로 부정수급 기획조사를 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노동부는 전국 단위의 기획조사 배경에 ‘코로나 이후 급증한 고용보험 기금’을 지목했다.
코로나19 장기화, 금리 인상, 고물가 현상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장애인,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노동자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었다. 이에 정부는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을 위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도입했다. 즉, 코로나19와 경제위기가 고용보험 기금 지원금을 급증시킨 셈이다. 고용보험 기금 지원금이 급증하면서 그 동안 푼 자금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살피기 위한 조사에서 적발된 건데, 이러한 계기가 없었다면 전국단위 기획 조사가 진행되었을지는 미지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특히 소규모 업종에서 많은 부정수급 사례가 있었다”며 “사업장의 자치단체장을 통해 설립하기 쉬운 정육점, 청과점과 같은 소규모 업종이 유령 회사로 등록해 실업급여를 편취한 사례가 8건 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익명의 공인노무사는 “소규모 업종은 출퇴근시 지문 등록을 하지 않고 수기로 작성해 거짓으로 운영해도 속이기 쉬운 환경”이라면서 “코로나19로 비대면 근무가 활성화 되면서 감시망이 허물어져 허위신고가 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소규모 업종에서 적발된 고용보험 부정수급자 중 사업주가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장의 고용 창출·안정과 관련된 지원금의 규모가 커 거액의 지원금을 노린 것이다. 또한 사업주와 공모해 부정 수급한 근로자는 사업주가 해고 한 것처럼 꾸며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실업급여나 육아휴직급여를 수령하는 사례도 있었다.
실업급여로 취업 준비 중인 27살 강모씨는 “밝혀지지 않아서 그렇지 노동 사각지대, 취약계층을 위해 늘린 지원금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간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닐 것”이라며 “실업급여 수령이 끝나면 생계가 막막한 사람이 많은데 그 동안 줄줄이 새어나갔다고 생각하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고용보험이 취약계층의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부정수급 근절을 위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실업급여 반복수급 및 부정수급 문제를 방치할 경우 고용보험기금의 고갈을 가속화하고, 정직한 구직자에 대한 지원이 축소될 수 있다”면서, “구직노력 의무 등 실업급여 수급요건을 더욱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구직활동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적발된 부정수급자들은 고용노동부의 ‘반환 명령’에 따라 회수 절차를 밟게 된다. 한 달의 기간 동안 반환 징수가 이루어질 예정인데, 큰 금액인 만큼 피의자는 반환 방법과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기간 내 전부 반환하지 못하면 강제 징수나 압류, 공매가 진행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부정수급만 전담하는 사법경찰관 210명을 통해 정기적으로 전국 기획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를 시작으로 정기적으로 부정수급 액수와 부정 수급자 명단을 공개하고, 감시·감독 강화 체계를 키워야 한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