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을 이용하는 A씨는 얼마전 신한라이프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대면 취급할 수 없는 통신 전용 암보험 상품을 가입하라는 '광고' 전화였습니다. 신한라이프 직원은 A씨의 성별, 나이, 건강정보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신한라이프 직원은 우선 알림 시스템차원으로 연락했다며, 신한카드로 결제시 포인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자신의 동의없이 어떻게 개인 정보가 넘어간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해당 일에 대해 “아마 은행에서 상품 가입 시 마케팅 수신에 동의해서 상품 안내 전화를 받았을 것이다”라며 “고객 동의 없이 불법으로 고객 정보를 공유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일은 최근 3년간 부쩍 늘었습니다. 코로나19와 디지털화로 금융권에서 비대면 거래 비중이 증가하면서 온라인으로 상품을 안내받고, 가입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인데요. 온라인 가입은 빠르고 편리하게 진행할 수 있지만, 고객 스스로 꼼꼼하게 내용을 숙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상품 가입시 무심코 '전체 동의' 버튼을 누를 경우 1년간 광고성 마케팅 수신에 동의하는 일이 생깁니다.
활발한 온라인 거래 시대지만, 고객 정보는 고객 모르게 공유
지난 달 국민은행의 일부 부서는 오픈뱅킹 서비스를 위해 다른 은행 등으로부터 제공받은 고객 수만명의 개인신용정보를 이용해 광고성 정보를 수만건 전송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고를 받았습니다. 이에 해당 부서는 기관경고와 과태료 16억1640만원, 전·현직 임직원 65명에 대한 견책·주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퍼진 고객정보는 원래대로 돌이킬 수 없겠죠.
지난 6월 토스는 자사 보험인슈어런스 소속 설계사와 설계사 전용 애플리케이션인 ‘토스보험파트너’ 가입 설계사들에게 고객DB를 건당 6만9000원에 판매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토스가 판매한 DB의 경우 제3자 정보제공 동의 절차를 거쳤다는 점에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으나, 개인정보를 돈을 받고 팔았다는 사실에 대해 반감을 갖는 이용자들이 적지 않았죠.
온라인 거래는 활발해졌지만, 이에 걸맞는 고객 정보 보호는 아직 미비한 현실입니다.
'광고'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면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상품을 가입 할 때 모든 조항에 ‘동의’를 누르면 광고성 마케팅에 동의된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는지에 대해 “그렇지는 않다”고 말합니다. 이어 “잘은 모르지만, 상품 가입시 ‘선택’란을 다 동의하면 같은 금융지주끼리 고객 정보를 공유해도 된다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 고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으로 ‘동의’ 해야 한다는 겁니다.
카드, 보험사 상품을 온라인으로 가입할 때 전체 동의 버튼을 누르면 고객 정보가 같은 금융지주에 공유되는 것인지 재차 질문했지만, 업계 관계자 중 그 누구도 고객 정보가 어떻게 공유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수십년 째 보험 설계사로 일하는 B씨는 “이러한 일은 주로 고객이 온라인으로 상품을 가입할 때 마케팅 수신 동의를 무심코 하면 벌어지는 흔한 일”이라며 “광고성 연락을 받고 싶지 않으면 가입시 ‘필수’ 항목 외에 동의하지 않으면 된다”고 설명합니다.
귀찮다는 이유로 꼼꼼하게 읽지 않고 넘어간 가입 절차에 ‘나의 정보가 공유 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는 겁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9월까지 비대면 금융거래 민원은 5069건에 달했습니다. 특히 2017년 415건에서 2021년 1463건으로 4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죠. 민원 내용은 주로 금융범죄에 대한 피해구제 요청, 비대면 채널 거래 설명 불충분이라고 밝혔습니다.
비은행권은 1076건(21.2%)으로 카드결제와 리볼빙 등 부가서비스에 대한 설명 불충분이나 카드 부정사용과 관련 민원이 주를 이뤘습니다. 보험은 693건(13.7%)으로 인터넷, 전화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한 모집과정 중 설명 불충분이나 상품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인한 민원이었습니다. 광고성 마케팅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은 아직 미미하지만, 비대면 상품 가입시 꼼꼼하게 상품을 숙지해야 상품에 대한 이해 부족, 광고성 상품 권유의 민원이 해결 될 거으로 보입니다.
금감원은 이해가 어려운 경우에는 자세한 설명을 요청하거나 상품설명서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가입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비대면 상품 가입시 시간이 걸리더라도 꼼꼼하게 상품 설명을 읽고, 어려운 부분은 상담을 통해 설명을 들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