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하던 2022년이 지나고 2023년 기묘년이 왔다. 여전히 한국의 경제 전망은 밝지 않지만, 이를 해쳐나가고자 하는 보험·카드업계의 의지는 충만하다. 올해도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임이 예고된 가운데 ‘금리 대응’을 비롯한 위기관리를 방점으로 찍은 가운데, 디지털 금융 전환 등 지난해부터 이어진 숙제들을 해결하겠다는 신년사가 이어졌다.
생명·손해보험업계 실손보험·디지털 핵심 화두 세워
생명·손해보험 회장을 비롯해 보험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2023년 가장 큰 해결과제로 실손보험과 디지털 전환을 꼽았다.
먼저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은 30일 신년사에서 “빅테크 기업들과 대등하게 경쟁하려면 규제 혁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생보업계가 금융과 비금융의 융합을 통해 혁신적인 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자회사 업무 범위 제한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생보업계 1위 삼성생명이 전영묵 사장도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 사장은 “미래 성장의 핵심축으로 키우기 위해 자산운용과 신사업 육성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며 “새로운 상품, 혁신적인 서비스로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과감한 도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날 신년사를 발표한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 역시 “금융산업 안에서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 금융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기존 보험상품 및 서비스에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기술을 더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해 나갈 수 있도록 업계 공동의 빅데이터 풀(Pool)을 확보하는 등 개별사가 홀로 하기 어려운 영역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 회장은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의 누수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해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의 보험금 누수를 잡아 주력 사업의 내실화를 챙겨야 한다”며 “동시에 4세대 실손보험 상품으로의 계약전환을 활성화하고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에 대한 관계 법령 개정도 촉구하고, 국회에서 논의 중인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신속하게 개정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환 KB손해보험 사장은 고객 눈높이에 맞춘 가장 혁신적이고 실질적인 디지털화 추진을 주문했다. 김 사장은 “보험업계 최초로 설립한 헬스케어 자회사와 손해보험업계 최초로 인가를 획득한 마이데이터 사업을 본격화해 업계 최초가 아닌 업계 최고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2일 통합을 완료하고 공식 출범을 선언한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는 화학적 결합에 광폭 행보를 주문했다.다. 이 사장은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이 만나 KB라이프생명이라는 이름으로 위대한 여정의 첫발을 내디뎠다”며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경험의 혁신을 일궈 낼 수 있도록 직원들과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해진 농협생명 대표는 디지털화와 빅데이터 관리를 전방위적으로 신속하게 도입·추진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김 대표는 “디지털화가 보험사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빅데이터·RPA를 활용한 업무 효율성 증대, 마이데이터사업 진출을 통한 데이터 마케팅 강화는 디지털 선도사로의 초석을 다지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카드업 ‘위기’가 온다…신사업 창출·디지털로 ‘돌파’
카드업계에서는 2023년 위기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수로 신사업 창출과 함께 디지털 전환을 내세웠다.
먼저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은 자금조달 어려움과 유동성 위기 해결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 회장은 1일 신년사에서 “우리 업권은 경기 침체로부터 파생된 자금조달의 어려움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대환대출 인프라의 도입으로 인한 고객 이탈 우려 등 영업 측면의 부담 또한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 회장은 “여전채 매입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고 해외로부터 자금조달 경로 활성화 등 어려움을 타개할 활로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한편, 각종 추가적인 영업 부담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업계 1위 신한카드 문동권 사장은 “변화와 위기 속에서 ‘고객 중심’ 혁신을 통해 2023년을 더 큰 성장과 도약의 한 해로 만들어야 한다”며 “신한 네트워크와 시너지를 기반으로 한 신한카드만의 차별화된 성장을 통해 고객과 사회에 더 큰 가치를 주는 Only1 플랫폼 기업으로 끊임없이 진화해 나가자”고 말했다.
또한 문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새롭게 도전할 경영 키워드로 ‘3X(eXperience)’를 제시했다.△고객중심 디지털 △지속가능 경영 △미래 신한문화를 바탕으로 카드업을 넘어 고객과 사회에 더 큰 가치를 주는 ‘Only1 생활·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자고 강조했다.
3일 취임식을 진행한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 역시 위기 속 성장을 주문했다. 이 사장은 “코로나19로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과 금융규제 강화, 금융업 전반의 파괴적 혁신으로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탄탄한 기본 사업역량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철저한 예측과 준비를 통해 위기를 완벽한 기회로 만들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올해 경영 키워드로 △고객 중심 경영과 본업 핵심 경쟁력 강화 △초일류 플랫폼 기업으로 대전환 △신규사업 기반확대 및 메타버스 등 신기술을 통한 미래금융 개척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선도기업 △창의적이고 빠른 조직 5가지를 제시했다.
삼성카드 김대환 사장도 신년사에서 “2023년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에 고물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등 몇 년간 경험하지 못한 어려운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더불어 디지털 혁신으로 찾아온 플랫폼·데이터 시대는 모든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를 촉발하며 발 빠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실 기반의 효율경영 강화를 통해 악화하는 환경에 대응력을 높이고 플랫폼과 데이터가 강한 회사를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는 △손님을 위한 혁신 △비즈니스 모델 혁신 △우리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ESG 혁신 △기업문화 혁신을 4대 핵심과제로 발표하고 “2023년은 어느 때보다 대내외 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혁신을 통한 하나카드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솔선수범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