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지원받게 됐지만 여전히 쓰기 어려운 비싼 약

건강보험 지원받게 됐지만 여전히 쓰기 어려운 비싼 약

기사승인 2023-01-04 06:06:01
픽사베이

지난해 오랜 진통 끝에 ‘킴리아’, ‘앰겔러티’, ‘아조비’ 등 고가 의약품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치료제를 건강보험으로 쓸 수 있는 건 환자들에겐 단비같은 희소식이다.

다만 이들 고가의약품은 건강보험 재정에 주는 부담이 크다는 특징 상 급여권 진입 이후에도 환자에게 사용되기란 쉽지 않다.

‘킴리아’, 진통 끝 급여 이뤘지만…부담 느끼는 정부

#19살 처음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 받았던 박모씨. 여러 차례의 항암치료에 차질을 보이나 했던 건강은 갈수록 피폐해져만 갔다. 환우회 카페를 찾아보다 해외에서는 ‘킴리아’라는 약으로 완치된 환자들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던 그 약이 국내에 도입됐다. 1회 투약 4억5000만원, 환자 중에 이 약을 맞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는 “팔 집이라도 있어 맞을 수 있으면 천운이라더라”라며 “보험 적용을 기다리다 환자들은 죽어간다”고 말했다. 

급여 적용으로 화제가 됐던 초고가 백혈병 치료제 중 하나로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꼽힌다. 

킴리아는 직접 환자 면역세포를 활용해 제작하는 맞춤형 세포치료제로 ‘기적의 원샷 치료제(1회 치료에 장기 효과를 보이는 약물)’로 불린다. 2016년부터 킴리아를 사용해온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한국은 2021년 3월 국내 도입을 허가했다.

이 약은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에게 희망이지만, 1회 투약 비용이 약 4억5000만원이었기에 ‘꿈의 약’으로 불렸다.

이에 도입 직후 환자단체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킴리아의 접근성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또한 한국노바티스 앞 1인 시위를 벌이거나 기자회견,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결국 킴리아 치료제를 기다리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18개월 古김은찬군의 사연에 힘입어 수 만여명이 함께 청원에 참여한 결과, 1년 1개월여만인 지난해 4월 급여가 적용됐다. 이로써 환자는 상한금액 3억60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킴리아 급여 적용 대상 환자는 연간 약 200명, 예상 청구액은 709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느끼는 재정 부담은 크다. 이에 정부는 킴리아에 급여를 적용시켰더라도 적용대상을 깐깐하게 관리할 방침이다.

환우회는 급여 조건에서 환급형 위험분담과 총액제한형 위험분담 뿐 아니라 림프종에만 적용되는 환자 단위 성과기반 위험분담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정부의 관리를 당부한 상태다.

급여돼도 못 쓴다…급여 기준 한계 못 넘은 ‘아조비’

#30세 김모씨는 10년 넘게 편두통을 앓아왔다. 여러 차례 약을 바꿔왔지만 소용없었다.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하루에도 몇번씩 머리가 쪼개지는 고통을 받았다. 의사 추천으로 주사형 항체치료제를 맞고 나서야 ‘살겠구나’라고 느꼈다. 확실히 삶의 질은 달라졌지만 계속 쓰기에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컸다. 그러던 중 해당 치료제의 급여소식이 들려왔다. 기쁜 마음으로 병원을 방문했지만, 의사는 고개를 저었다. 까다로운 급여 기준으로 적용받는 사람은 드물다는 말만 돌아왔다.

올해 1월1일부터 급여가 적용되는 한독의 ‘아조비(성분명 프레마네주맙)’는 CGRP(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항체 치료제로서 기존 편두통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환자에게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다만 비급여로 사용했을 때 환자는 1년에 약 600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고가의약품이다. 이번에 급여가 적용되면서 약가는 29만5250원으로 결정됐다. 이에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

문제는 급여 기준이다. 아조비와 동일한 치료제인 한국릴리의 ‘앰겔러티120㎎/밀리리터프리필드펜주,시린지주(성분명 갈카네주맙)’도 지난해 9월 먼저 급여권에 진입 했지만, 적용기준이 까다로워 실상 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가 더 많다는 불만이 제기돼왔다.

아조비 역시 앰겔러티와 마찬가지로 까다로운 급여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급여 기준에 따르면 △최소 1년 이상 편두통 병력이 있고 투여 전 최소 6개월 이상 월 두통일수가 15일 이상이면서 그 중 한 달에 최소 8일 이상 편두통형 두통 환자여야 한다. 

또한 △투여 시작 전 편두통장애척도(MIDAS)가 21점 이상이거나 두통영향검사(HIT-6)가 60점 이상이면서, △최근 1년 이내에 기존 3종 이상의 편두통 예방약제에서 치료 실패를 보인 환자여야 하고 △치료 실패는 각 약제의 최대 내약 용량으로 적어도 8주 이상 투여에도 월 편두통 일수가 50% 이상 감소하지 않거나, 부작용 또는 금기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로 한정한다.

매 반응평가 시, 월 편두통 일수가 투여시작 전 기저치 대비 50% 이상 감소하지 않으면 투여를 중단해야 하며, 항 CGRP(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CGRP) 편두통 예방약제 간 교체투여는 인정하지 않는다.

기존에 CGRP 억제제를 처방받던 환자가 급여를 적용받기 위해선 CGRP 억제제를 끊고 기존에 듣지 않던 약을 8주 이상 다시 투여하면서 증상 악화를 입증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환자 사이에선 급여 적용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주민경 대한두통학회 부회장(연세대학교 신경과 교수)는 “주사제 급여 전제조건대로 최대 용량을 사용하는 것은 부작용 등 위험부담이 매우 크다. 현실적으로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환자 대다수는 비급여로 사용하고 있다”며 “급여 적용을 받은 이번 아조비 역시 마찬가지다. 치료 옵션 선택은 넓어졌지만, 정작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자는 여전히 소수에 머물러 있어 여러 환자가 이번 결과에 대해 격분하고 고통받고 있다. 급여 기준을 완화해야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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