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업 환경이 악화되자 카드사들이 좋은 혜택을 제공했던 상품을 잇달아 단종시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품 리뉴얼’을 위한 단계라면서도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을 배경으로 지목하는 분위기다.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카드의 정석’ 신규 발급을 중단하고, ‘KB국민 Liiv Mate(리브메이트)카드’, ‘KB국민 탄탄대로 Biz 티타늄카드’, ‘KB국민 탄탄대로 오토카드’, ‘KB로블카드’는 지난 달 중단됐다. 이 외에도 현대카드, 신한카드 등 소비자 혜택으로 인기를 끌었던 카드들이 단종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에 “금리인상으로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각종 소비자 혜택을 줄이려는 의도와 신규 카드를 설계하려는 계획이 함께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사실 카드 단종은 3~4년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라면서 “그 여파가 경제난으로 더욱 눈에 띄게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드 수수료율이 심사를 거칠 때마다 낮아졌는데, 2018년에 카드수수료 적격심사를 통해 수수료율이 대폭 낮아지면서 부담이 계속 커졌다”고 덧붙였다.
‘카드수수료 적격심사’란 신용카드가맹점을 대상으로 마케팅 원가, 업무 원가, 조달비용, 대손비용 등을 고려해 가맹점 수수료를 산정하는 것이다. 2007년부터 14차례 시행했는데, 2012년부터는 3년마다 하고 있다. 지금까지 심사를 통해 수수료율이 인상된 적은 한 번도 없다.
현재는 연매출이 30억 초과되는 일반 가맹점에게 2.06%의 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연매출 30억 이하의 영중소 가맹점은 ‘우대수수료율’로 0.8~1.6%의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이는 원가 이하의 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2015년까지 매출 규모가 5억원 이하인 영중소가맹점을 대상으로 카드 수수료율를 주로 인하해 왔다. 금융위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연매출 2억원 이하 영중소가맹점에게 0.8%의 수수료율이 적용됐지만, 5억원 초과 가맹점에게 2.09% 수수료율이 적용됐다.
이에 연매출 5억원을 초과하는 자영업·소상공인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마케팅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일반 가맹점에 비해 더 낮고, 임대료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3년 뒤 2018년 금융당국은 ‘부담은 낮추고, 혜택을 넓히고 공정성은 높인다’는 명목으로 카드수수료 우대구간을 기존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대폭 확대했다. 2018년부터는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에게도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된 것이다. 2018년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은 0.8~1.6%의 원가이하 수수료율이 적용됐다.
카드 수수료율이 대폭 인하되었던 2018년은 최저시급이 대폭 인상되었던 시기다. 2018년 최저시급은 1년 전보다 1060원 오른 7530원이었다. 과거 오름세에 비해 크게 인상되면서 인건비에 부담을 느낀 가맹점주들의 거세게 항의했다.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커지자 당시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맹점 수수료율 대폭 인하’ 대안을 내놓았다.
현재는 전체 신용카드 가맹점 약 305만개 중 96%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더이상 수익 창출이 불가능해진 카드사에서 ‘혜자 카드’ 출시대신 ‘혜택 카드 중단’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2024년 시행될 카드수수료 적격심사에서 또 수수료율이 낮아질지는 알 수 없다”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혜택 좋은 카드를 찾는 쏠림 현상이 가속화해 단종 행진도 동시에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