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는 6개월 사이 5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인상 여파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시 카드론이 포함되면서 다중채무자의 부담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 여파가 여전히 이어지면서 다중채무자가 취약채무자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신용평가사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다중채무자 수와 대출액은 지난해부터 급속히 증가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자영업자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41만 4964명으로 지난해 말 대비 44.7% 증가했다. 이들의 대출 규모는 같은 기간 162조원에서 195조원으로 20.3% 불었고,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6992만원으로 집계됐다. 금리가 오를수록 빚을 상환할 능력이 줄어드는 다중채무자들이 곧 취약채무자가 되는 상황이다.
다중채무자의 부담을 가중시킨 배경에는 잇따른 금리인상, 리볼빙 금리 상승 등 여러 요인이 있다. 이 가운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시 카드론이 포함되면서 다중채무자의 신용위험이 더욱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카드론은 급전이 필요한 중·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현금서비스로, 빌리는 돈의 단위가 수십~수백단위에 그치는 현금서비스다. DSR규제에 카드론이 포함되면서 카드론 이용률은 감소했다. 현대카드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카드론 취급액은 2조6133억원으로 전년 동기 14.8%(6486억원) 감소했다.
반면 다중채무자의 고금리 현금서비스(리볼빙) 이용률은 증가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BC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리볼빙 평균 금리는 14.35~18.46%로 법정최고금리에 육박했다. 다중채무자에게 금리부담에 연체이자율까지 더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상환능력으로 평가되는 차주의 연소득에 맞춰 대출규모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입된 DSR규제가 고금리 상품인 현금서비스와 리볼빙 서비스 증가라는 풍선효과로 이어진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DSR 산정시 카드론이 포함되는 규제 강화에 대해 “신용도가 낮은 다중채무자들이 더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장경제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취약차주의 카드론 한도는 높지 않아 DSR 규제로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이후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금융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2021년 10월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후속조치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5개 이상의 금융사에서 대출할 경우 카드론 신규대출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해 ‘다중채무자들을 대상으로 카드론 취급한도를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관련 규정을 ’여신금융협회 모범규준‘에 신설해 카드론 부실 리스크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신금융협회 ‘신용카드 발급 및 이용한도 부여에 관한 모범규준’에 따르면 2020년 8월 31일 개정된 이후 바뀐 내용은 없다. DSR 산정시 카드론이 포함되기 시작한 때는 2022년 7월인데, 개정은 2020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2021년 10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던 당시보다 더욱 가계부채가 늘어난 상황을 고려해 다중채무자 대상 카드론 취급한도 제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책금융으로 풀어가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저 신용자들에게 소액 대출이 가능하도록 국가 차원에서 제도적 보완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발표 시기와 진행 상황에 대해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답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