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를 두고 돈을 빌려 집을 사라는 정책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과도한 반시장적 정책을 정상화하는 수순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일관되게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외침은 시장에서 의도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부터 무주택자와 기존 주택을 처분한 1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규제지역 내 LTV규제 상한을 50%로 올렸다. 규제 지역 내 시가 15억원을 넘는 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도 허용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만 빼고 규제지역을 모두 해제했다. 규제지역에서 벗어나면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금융 규제가 자동으로 완화된다.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이후 시장에서는 침체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빚내서 집 사라’ 시즌2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빚 내서 집 사라’ 정책이 가계부채 폭증과 향후 집값 폭등의 바탕이 된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에 지난 12일 “한마디로 현 정부의 정책은 돈을 빌려서 혹은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정책은 아니다”라며 “정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일관되게 유지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15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거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정책은 반시장적이고 과도한 재산권 침해였다”면서 “이런 부분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경제정책 수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시장의 해석은 달랐다. 특히 정부가 DSR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40조원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에 나서면서 오히려 ‘빚내서 집 사라’ 시즌2라는 평가는 더 확고해지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4%대 고정금리로 5억원까지 돈을 빌릴 수 있는 주담대 상품이다. 시가 9억원 이하 주택이라면 소득요건 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더욱이 DSR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오는 1월 30일 출시되는 특례보금자리론은 DSR규제를 일관되게 유지하겠다는 추 부총리의 발언을 무색하게 만든다. 실제 온라인에서는 특례보금자리론 출시를 두고 돈을 빌려 주택을 매입하라는 정부의 시그널로 해석하는 이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입장과 추진하는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가 집값 하락세를 완만하게 만들겠다는 목적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이는 대출 규제를 완화해 주택 구매 수요를 활성화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이어 “수요 활성화 정책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밝히는 입장과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DSR규제는 빚을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고 갚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DSR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가계부채 건전성 차원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