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낙원떡집이요? 좋은 일 있으신가봐요 허허…”
기자가 낙원떡집으로 가달라는 요청에 서울 토박이인 택시기사가 한 말이다. 서울사람들에게 명절이나 생일,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이바지떡 등을 위해 방문하던 곳이 종로구에 위치한 ‘떡집 골목’이라서 한 질문이라고 한다. 다만 택시기사는 “이제는 예전의 그 모습을 찾을 수 없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코로나19의 끝이 보이는 2023년이지만 종로구에 위치한 ‘낙원떡집거리’은 택시기사의 말처럼 떡집골목이라 할 수 없는 거리가 됐다. 이제 떡집거리에 자리한 떡집은 낙원떡집과 종로떡집 두 곳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다. 80~90년대 당시 수십개가 넘는 떡집이 자리하던 전성기가 지나며 점차 떡집이 줄어들고,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치명타를 맞아 대부분의 떡집들이 사라지고 터줏대감들만 자리를 잡은 상태라는 것.
그나마 한국인이 가장 떡을 많이 먹는 명절인 ‘설날’을 맞아 훈훈한 열기가 도나 싶었지만, 막상 만난 사장님들의 이야기는 상황과는 달랐다. 집합제한까지 있던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줄었다는 것이 이들의 푸념이다.
종로구에 위치한 낙원떡집 이광순 사장(80)은 “올해만큼 (장사가) 힘든 시기가 없는 것 같다. IMF때가 오히려 나았다”고 말했다. 매출만 놓고 보면 코로나19의 영향력이 아직 강했던 지난 2022년 보다 절반으로 줄어든 수준이라고 한다. 그나마 설날이니만큼 가래떡은 꾸준히 팔린다지만, 가래떡마저도 판매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낙원떡집의 주력 상품은 한과를 비롯해 약밥, 경단, 다양한 떡들을 맛볼 수 있는 선물세트다. 평상시보다 더욱 많이 나가야 할 떡 선물세트지만 올해 설날만큼은 예년만큼 팔리지가 않는다는 것. 이 사장은 “한국 사회가 경기침체가 오래 이어지면서 사람들이 지갑을 닫는 것 같다”며 “명절에도 사정이 나아질 형편이 아니다 보니 선물세트도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낙원떡집거리 인근에 위치한 광장시장의 떡집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유명 관광지가 돼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광장시장이지만, 떡 판매량은 점차 줄어만 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광장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김 모(70)씨도 약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올해만큼 힘든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반 평생 이상을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지만, 이렇게 장사가 안되는 적은 처음”이라며 “명절 특수도 옛말인 듯 하다”고 푸념했다.
김 씨는 판매량도 문제지만 올라간 물가 때문에 더 고역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쌀 값은 그리 많이 오르지 않았지만, 문제는 팥이나 콩과 같은 부재료들”이라며 “코로나 전만 해도 한가마니에 20만원 하는 팥이 지금은 40만원을 넘게 주고 사야한다. 중국산을 쓰면 맛이 달라 국산을 쓰지만 점차 버거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그간 코로나19로 너무 힘들지 않았나. 올해 만큼은 좀 더 (경제가) 잘 됐으면 할 뿐이다”라며 “어려운 시기가 더 길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