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도 건설업계 노동자들이 임금체불로 인해 울상 짓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 자잿값 인상, 건설경기 위축으로 건설업계에서 임금체불 문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고용노동부가 ‘체불예방‧청산 집중지도기간’을 운영했으나 임금체불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설노동자의 임금체불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총1259곳(근로자 2496명)이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로 신고 접수됐는데 이 중 43.3%가 건설업으로 조사됐다. 체불 금액은 총 147억9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07억8000만원(72.9%)은 문제를 해결했으나 나머지 32억900만원(21.7%)은 사법처리 되면서 ‘처리 중’인 체불임금은 8억600만원으로 파악됐다.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전체 임금체불의 19.6%(200억4300만원)가 건설업계에서 발생했다. 이는 제조업 43.3% (443억8300억원 규모) 다음으로 많이 발생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니 지난해 12월 말 기준 대구·경북지역 사업체에서의 임금체불 노동자 수는 1만8665명, 체불액은 1025억1900만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또 공공임대주택 신축공사장에서 노동자 수백명의 임금을 체불한 건설업체 대표 A씨가 구속된 바 있다. A씨는 노동자 248명에게 임금 약 10억원을 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공사를 하청 받은 A씨는 원청업체로부터 약 7억원 상당의 공사비로 회사 빚을 갚고 생활비와 도피 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 하청노조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앞에서 하청업체의 건설노동자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 경인지부는 삼성바이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바이오 공장을 짓는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로 최악의 명절을 맞을 처지에 놓였다”며 “관련 업체들은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건설노동자의 임금체불 문제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전 문재인 정부도 국정과제로 ‘건설분야 임금체불 최소화’를 제시하고 ‘임금지급보증제 도입’을 약속했지만 제자리걸음이다. 결국 매년 임금체불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상황에 이어 경기 침체로 인해 건설경기가 어려워지며 건설업계 위기도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임금체불 대책으로 사후구제 방안에 초점을 맞춰왔다. 임금체불의 원인을 ‘경제적 요인’과 ‘비경제적 요인’으로 나눌 때 대책이 달라진다. 한국은 경제적 요인에 의한 임금체불이 전체 81.5%에 달하며 사전 예방보다는 사후 구제방안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의 막대한 임금체불은 경제적 요인에서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현재 정부는 권리구제지원팀을 통해 지도해결, 비율 개선, 체당금제도 개선 등에 초점을 맞췄으나 근로감독 강화 등 사전 예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본적인 근로계약서 작성마저 지켜지지 않는 곳이 여전히 존재해서다.
장진욱 에이원노무법인 노무사는 “건설업계 노동자들의 경우 근로계약서를 안 쓰고 구두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기 때문에 임금체불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계약서를 미작성할 경우 노동청에서 임금체불 신고를 해도 증명하기 어렵다”며 “임금체불 예방을 위해서는 근로계약서가 기본이고 그다음 본인이 얼마만큼 일했는지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장 노무사는 “임금체불의 경우 노동자가 스스로 불합리함을 입증해야 한다”며 “근무 시간 초과나 연차 사용 불가 등에 문제를 느낀다면 반드시 증거로 기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